교통연구원 “안전구역 지정 방안 검토해야”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단지 내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파트단지 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차량 운행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커브가 많고 주정차 차량 등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데다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방심하기 쉬워 사고위험은 일반 도로보다 높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세종과 충남지역에서 올해 아파트단지 내 사고가 각각 1건씩 발생했다. 세종에서는 최근 한솔동 첫마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던 주민이 승용차에 바퀴에 깔려 숨을 거뒀다.
충남에서는 지난 6월 8일 아산시 탕정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걷던 1살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한 승용차가 그대로 충격, 결국 현장에서 아이가 숨지고 말았다.
또 지난 5일 낮 충북 음성군의 한 아파트단지 교차로에서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왼쪽에서 달려오던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자전거를 타던 80대 노인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숨졌다.
A씨는 당시 시속 30㎞ 이하의 빠르지 않은 속도로 운행했지만, 고령의 피해자는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
지난 2월 1일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9살 어린이가 스타렉스 학원 차량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자동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인 아파트단지 도로 사고는 피해자들이 고령자나 어린이들이 많아서 단순한 접촉사고도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삼성교통문화연구소가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의 약 16%가 아파트단지 도로 같은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나 차량 왕래가 잦은 만큼 아파트단지 내 도로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구역 지정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아파트단지 도로가 ‘법적 도로’가 되면 속도 제한, 보호구역 지정, 안전 시설물 설치 등이 가능해진다”면서 “아파트단지 도로 운행 속도를 시속 10~15㎞ 수준으로 제한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같은 안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01년 아파트단지 내 음주 운전자에 대해 도로교통법에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파트단지 내 도로도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고가 발생하면 단지 입구 차단막 설치 여부 등을 따져 도로교통법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한다. 평상시에는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아파트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로 경찰에서는 사건사고와 관련된 별도의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전규ㆍ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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