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상 비강, 인후에 가래가 관찰되지도 않아 명확한 이유도 모르고 병원에 다녀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얘기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 매핵기라고 진단한다.
매핵기란 말은 동의보감 외형편·인후문에 설명돼 있다.
칠정으로 기가 울결되면 담연이 생기고, 이것이 기를 따라 쌓이면 단단해지고 커져서 덩어리가 된다. 이것은 명치 사이에 있으면서 목구멍을 막기도 하는데, 매실 씨나 솜뭉치 같은 것이 생겨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매핵기는 자율신경의 부조화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사람의 몸에서 심장이 뛰고, 체온을 유지하고, 소화를 시키는 등의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신경계를 자율신경계라고 한다.
스트레스 및 긴장 상태에서 작동하는 교감신경과 안정 및 이완된 상태에서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이 서로 상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과항진되어 상대적으로 부교감신경의 작동이 위축된다.
이 부교감 신경을 이루는 중요한 신경이 10번 뇌신경인 미주신경이다.
미주신경은 위, 식도를 포함한 모든 소화기에 연결돼 작동하고 있다. 특히 음식을 삼키는 인후부의 근육 운동을 조절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부교감신경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미주신경의 작용이 둔화되면서 인후부의 근육 활동을 원활하게 제어하지 못한다.
음식을 삼키고 인후부의 근육들이 제자리로 이완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수축이 남아있는 긴장상태가 이물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매핵기 환자들은 호흡기 및 소화기 증상과 혼재되어 내원한다.
가을철 이후로 기온이 급감하면서 급성 비인두염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후비루와 유사하다.
후비루는 가래 및 콧물을 목으로 넘기면서 인후부에 걸려 있어 답답함을 유발한다.
이는 이비인후과에서 비내시경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며 코로 풀어내거나 객담 형태로 잘 뱉어지는 차이가 있다.
주로 환자들은 감기에 걸렸는데 수개월째 떨어지지 않고 목에 가래가 끈끈하게 매달려 있는 듯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목의 이물감을 뱉어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마른기침을 해서 전흉벽 및 목 주변의 호흡 주동근육들의 긴장과 통증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매핵기 환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의 실조로 교감신경이 항진돼 소화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인후부의 불쾌한 자극으로 오심과 구역감이 미주신경을 교란시켜 위장의 식도 연결부인 분문의 괄약근의 조절능력을 저하시킨다.
괄약근이 수도꼭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잘 잠그지 못하면 식도 쪽으로 위산과 음식물이 역류하게 된다. 매핵기 환자들이 실제 위산의 역류로 염증적 소견까지 보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을 받기도 한다.
증상만 있고 실제 염증이 검사상 보이지 않는 경우는 신경성 위염으로 진단을 받는다.
매핵기는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에게서 훨씬 많이 나타난다.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을 잘 내고, 예민한 사람들이나 소심한 사람들,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갱년기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갱년기가 되면 희로애락 같은 감정이 변화하는 폭이 다른 때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매핵기 치료에 있어 호흡의 조절이 도움된다.
흉식호흡에 비해 복식 호흡을 습관화 하는 것이 좋다.
복식호흡으로 횡격막을 확장, 수축시키는 과정을 통해 폐기의 승강이 이루어져 흉격에 울체된 기운을 소통시키는게 중요하다.
단전을 호흡하는 명상이나 요가 등이 복식호흡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운동이 매핵기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한의학 서적에 매핵기를 치료하기 위한 처방들이 소개되어 있다.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 가미사칠탕(加味四七湯), 가미이진탕(加味二陳湯) 등의 유명한 처방들이 알려져 있는데, 환자의 체질과 허실 등을 따져서 처방을 고르고 가감해 운용해야 한다.
아울러 앞서 얘기한 후비루, 역류성 식도염, 신경성 위염 등 유사한 증상들과의 감별 또한 중요해 전문적인 한의사의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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