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은 촛불집회 무대 올라
또 한사람은 대중 심판대 위에
본격연예 한밤, 차씨 몰락 다뤄
▲ SBS '본격연예 한밤' 캡처. |
6일 방송된 '한밤-신기주의 연예론' 코너에서는 1990년대 말 데뷔해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군림하던 차 씨가 어떻게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가 되어 끝내 “죄송하다”며 대중 앞에 서게 됐는지를 돌아봤다.
2001 서울가요대상 최고 뮤직비디오, 2002 SBS 가요대전 뮤직비디오 등 각종 시상식의 상을 석권한 차 씨는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를 담당하게 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다. 이승환의 '애원', '당부'를 비롯해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 조수미 '나 가거든', 왁스 '화장을 고치고'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다.
가수가 아니라 차 씨에게 촬영 일정을 맞출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정극 연출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하락세를 맞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나온 반응은 '60분짜리 뮤직비디오'라는 평이었다. 또, 그의 장기인 발라드 음악에 잘 맞는 '드라마타이즈' 작법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던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위원회에 들어가 대통령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한밤'은 차 씨가 2014년에 했던 중앙대 강연 영상을 통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공개한다. “저희 분야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만나는 게 공학자, 건축가, 정치하시는 분들…”이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차 씨가 직접 감독한에문화예술 프로그램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고, 그는 1억 8천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융복합 뮤지컬 '디데이'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연극·뮤지컬·국악·무용 등을 합친 작품은 낮은 완성도 탓에 하루 만에 폐막하고 말았다.
'한밤'은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라는 새로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애쓴 배경이 학력 컴플렉스에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직접 제출한 프로필 상으로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전공(석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영상예술학 전공(박사과정)이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석사 대학원을 졸업하지 못한 수료 상태이며 논문도 표절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한밤'은 여러 차례 같이 작업하며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차은택 씨와 가수 이승환의 '너무나 달라진 현재'를 비교하기도 했다. 차은택 씨는 지난달 8일 직권남용 및 횡령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돼 구속수사 중인 반면, 이승환 씨는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무대에서 “하야하라 박근혜”를 외쳤다. 한 사람은 대중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대중의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신기주 기자는 “예술적 아름다운보다는 속물적 권세를 탐할 때 아티스트는 누추해진다.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감히 말했던 차은택은 타락한 아티스트”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밤'은 신동헌의 뉴스 마스터라는 코너에서 '거리의 노래, 2016년을 위로하다'라는 제목으로 광장에 울려퍼지는 노래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전인권 '걱정 말아요 그대', 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한영애 '조율'뿐 아니라 god '촛불 하나',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빅뱅 '뱅뱅뱅' 등 젊은 세대들의 노래도 '소환'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쏟아지는 연예정보 사이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전달하는 '큐레이션형'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SBS '본격연예 한밤'은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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