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이 시 산하 공사·공단 기강잡기에 나섰다.
권 시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시 산하 공사·공단, 출연기관의 장들을 불러모았다.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 였다고 하나, 최근 시 산하 기관장들이 잇단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사실상 경고장을 날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시 산하기관 가운데 대전도시공사에서 간부와 노조위원장 사이의 폭행 사건이 빚어졌고, 시 고위 전직 간부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사장 고소가 발생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채용 비리, 대전문화재단은 전임 대표와 팀장 간 몸싸움 등 각종 잡음이 이어졌다.
여기에 성추행 문제로 경찰에 고소된 기관장도 있다.
이 때문에 시 안팎에서는 조직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수장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기관장들도 업무보고에서 부처별 미진한 부분의 개선을 다짐하는 등 자진해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을 신고하는 모양새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귀뜸이다.
권 시장은 보고에서 기관장들의 기강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권 시장은 “기관장은 공인으로서 자질과 자세가 중요하다”며 “고용주의 입장에서 책임의식을 갖고 모범적으로 각 기관을 운영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거듭 “기관의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그것이 자유방임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여러분이 곧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각 기관을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참석자 가운데 당초 예상됐던 질타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적잖았다는 전언도 있다.
권 시장이 기관 운영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했고, 하나은행의 출자금 증액, 아시아·태평양 도시정상회의(APCS) 성공개최를 위한 TF팀 구성 등이 요청됐다.
그러나 권 시장 특유의 질책 화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 한 관계자는 “시장님의 스타일상 역할을 부여한 인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공사·공단의 장들 중에 내년 상반기에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일어난 문제점 등을 가벼히 넘길 수도 없어서 이런 방식에서 앞으로 잘 하라는 의미의 주의를 준 것”이라고 했다.
앞서 권 시장은 지난달 시정 브리핑에서 “그동안 쌓아온 시정 성과들이 출자·출연기관에 의해 상쇄되거나 훼손되는 유감스러운 경우가 있다”면서 “임계점을 넘는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질책을 예고한 바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