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세 정치인 민원성 지역구 챙기기 여전
‘최순실 게이트’ 어수선 정국틈타 기승
2017년 예산안이 통과한 가운데 실세 여야 정치인들의 민원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여야 실세 정치인들의 ‘쪽지 예산’ 등을 통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 행태가 판을 치며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을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지난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사상 첫 400조원을 돌파한 2017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예산안 정부안보다 2000억원 감액된 400조5000억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으로 정부가 긴축적으로 편성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국회에서 4000억원 증액됐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일반회계에서 8600억원 지원된다. 반면 ‘최순실 예산’ 꼬리표가 붙은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은 2000억원 감액됐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 이른바 ‘쪽지예산’이 기승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챙기기용인 SOC 예산 대폭 증가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예산안 심의에 앞선 지난 9월 말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에 이같은 행태가 근절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른바 실세 의원들의 입김행사가 두드러졌다.
전남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은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 예산(6억3000만원)·순천만 국가정원 관리(5억원) 등을 증액시켰다.
주류 핵심의원인 최경환 의원(경북경산)의 경우 ‘자기유도·공진형 무선전력 전송산업 기반 구축사업’ 명목으로 10억원이 늘었다.
야권도 마찬가지로 당 지도부나 거물급 인사들의 지역구에 적잖은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광진을) 지역구를 관할하는 경찰서 예산안이 증액됐다.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대구수성갑)의 경우 대구 남천 정비사업을 위한 예산 20억원이 편성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전남목포)도 광주~목포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예산이 655억원, 남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청사신축 10억원이 늘었다.
이처럼 증액, 신규 반영된 지역구 예산은 여야 의원들의 새해 의정보고서에 실적으로 기록돼, 유권자들에게 알려진다.
의원들로선 차기 선거에 대비한 유용한 홍보수단이 되기 때문에 ‘쪽지 예산’을 통해서라도 예산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선 김영란법 시행으로 ‘쪽지예산’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속에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예산안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고질적인 민원성 예산확보가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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