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부 갈등으로 2일 계획한 박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고, 공조하던 여권 비주류도 입장을 ‘4월 퇴진’으로 돌리는 등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퇴진 논의에 한발 비켜선 청와대는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탄핵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은 1일 박 대통령 탄핵안 처리와 퇴진 시점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먼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가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퇴임 시한을 내년 4월30일로 제시했지만 추 대표는 탄핵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회동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후 탄핵안 통과의 ‘키’를 쥔 비박계는 비상시국위 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퇴임 시한을 내년 4월 30일로 공식 확정했다. 그동안 야권과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비박계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퇴임 시점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오는 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서 ‘내년 4월말 퇴진·6월 대통령선거 실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비박계의 입장 변화에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하며 탄핵 강행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당은 ‘유보’ 방침을 정하며 야권의 ‘탄핵 단일대오’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예정대로 2일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자는 방침을 정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협조를 구했다.
정의당은 동참하기로 했지만 국민의당은 “비박계가 선회한 상황에서 현실 가능성이 없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입장은 첫째로 탄핵이지만 탄핵은 가결 가능할 때 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비박계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야3당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석)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청와대는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4월말 퇴진 당론 채택과 비주류의 ‘4월말 퇴진 거부시 9일 탄핵안 표결’ 방침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만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결정에 따른다고 했으니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되기를 바란다”는 말만 반복하며 국회에서 퇴진 로드맵을 만들어 제시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조만간 제4차 대국민 담화 또는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후속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