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5명 중 1명 “송년회 하지 않겠다”
지역 음식점들 ‘울상’
시행 2개월이 지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어수선한 시국이 직장인들의 송년회 등 연말 풍속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전지역 대부분 음식점들은 “올해 송년회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울상이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들은 “올해 연말에는 송년회 약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대부분 직장인들은 “청탁금지법 시행에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불경기까지 이어지는데 송년회 기분이 나겠느냐”며 아우성이다.
실제로 올해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는 성인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성인남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송년회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년회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6%로 지난해에 비해 6.2%포인트 하락했다. 5명 중 1명(20.8%)은 송년회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아직 계획을 잡지 못했다고 답한 이들도 25.6%에 달했다.
연말 풍속도 크게 달라졌다. 설문조사에서 송년회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중 75.6%가 ‘간단히 식사할 것’이라고 답했고, 술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는 응답자는 절반 이하(47.6%)에 그쳤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올해는 ‘어수선한 시국에 무슨 송년회야’라는 분위기다”면서 “송년회 약속을 하더라도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간소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상인 곳은 음식점이다.
지역 음식점들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올해는 예약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연말이면 송년회 예약으로 분주해야 하는데 인근 관공서 과·부서 회식은 거의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난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크다. 3만원 이하 메뉴를 개발해도 회식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송년회로 인해 예약이 잇따르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청탁금지법 등으로 공직사회의 송년회 기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이 여파는 지역 일반 기업체들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전지역 기업체 홍보담당 직원은 “청탁금지법이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그 의미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여론도 늘고 있지만, 모두가 조심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과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해 올해는 기업들도 송년모임을 가급적 간단히 하거나 안 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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