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개헌, 정계개편 더민주-국민의당 의견 갈릴 듯
與 친박-비박 탄핵추진 놓고 내홍 가능성도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맡기면서 여야 정치권이 또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임기단축과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일임한다고 큰 틀에서 말했을 뿐 구체적인 퇴진시기와 하야의사에 대해선 함구했기 때문으로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 절차에 따른 조기 퇴진을 위해선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있는데 각당은 이에 대한 셈법이 각기 달라 정국운영 방안을 놓고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4분30초간의 담화문을 통해 “정치권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분노를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이 무너지며 사익을 추구하진 않았지만 주변 관리를 못한 건 큰 잘못”이라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국회에 정국해법 도출을 떠넘겼다.
정치권은 혼란스런 분위기다.
박 대통령 담화 이후 각 당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향후 정국운영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로드맵 마련에 주력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로 야권은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미 거국내각 총리추천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추진 등으로 한차례 내홍을 겪었던 야권으로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회 의석수로 볼 때 여소야대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정국은 야권의 ‘입김’에 따라 박 대통령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양 당은 이미 국회추천총리 문제로 얼굴을 붉힌 바 있고 개헌, 정계개편 등 내년대선을 앞둔 정치권 화두에 대해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박 대통령 임기단축 등 거취에 대해서도 양측이 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지 않느냐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조기 대선을 놓고도 야권의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시기에 따른 입장이 다른 만큼 야권 분열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친박과 비박으로 쪼개진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 이날 대국민담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질서있는 퇴진’을 거론한 셈인데 이에 대해 향후 당내 의견이 갈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옥고 있다.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내용을 근거로 탄핵안 반대입장으로 나올 경우 비박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립성향의 정진석 원내대표는“박 대통령이 초연하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듯한 말씀을 하셨고,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에 대한 답을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친박 ·비박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결국 사상 초유의 여당 분당이란 사태를 맞지 않느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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