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희룡 기자 |
긴 문장 가운데 요점을 정확히 찾을수가 없다는 말인데 여기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 준다”거나, “혼이 비정상”이라는 범상치 않은 용어들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사실 대통령의 언어는 단순히 말 이상의 의미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의 지향점이자 정책방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어느자리에서나 원고를 보며 읽는 모습이 무능력해보이기 보다는 오히려 꼼꼼해 보였던 이유였을 것이다.
28일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베일을 벗었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이라고 규정해 집필에 들어갔던 국정 역사 교과서는 논란대로 건국절, 친일·독재 미화 시비를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되기 전부터 계속되던 교육계의 반발은 지난 24일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전교육청도 표면적으로는 전국교육감협의회에 뜻을 맞추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이다.
지난해 세종, 충남ㆍ북 등 충청권 3개 교육감들과 공동성명을 통해 ‘유감’의 입장을 밝혔던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현장공개본에 앞서 지난 23일에도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 총회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설 교육감은 “교과서 수용여부는 역사 교사들과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ㆍ도교육감 협의회 공동대응방안을 따르되, 전문가들이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면 수용하겠다는 뜻이어서 사실 찬성인지, 반대인지 모호하다.
사실 설 교육감은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줄곧 반대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시국선언에 서명한 한 교사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바 있다.
이 같은 대전교육청만의 ‘다소 모호한’ 행보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지난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던 시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어린이집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는가 하면, 교육감 선거당시 학생인권조례제정 뜻을 밝혔지만 선출 이후 현재는 “교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이다.
그동안 설 교육감은 교육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수 없다며 ‘개혁적 보수’, ‘중도성향의 합리적 보수’, 혹은 ‘중도 보수’를 표방해 왔다.
하지만 ‘중도’라는 의미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수 있다’는 의미라면 교육감이 말이 곧 교육정책의 방향이자 교육청의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다소 우려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설동호 번역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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