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되고 있다./연합 |
논란을 빚은 중·고등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됐다.
그동안 학계의 우려를 빚은 건국절 사관을 반영한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나 경제개발계획, 새마을운동 등 산업화 시기 긍정 측면 등 그동안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그대로 반영되면서 시ㆍ도교육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등 총 3종의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이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고 밝히고 충남지역의 교사 2명을 포함한 31명의 집필진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 검토본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해 현행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돼있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북한 정권 수립’으로 수정했다.
또 6·25가 북한의 불법 남침임을 분명히 서술하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도 구체적 사료와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1948년 수립된 남북한의 정부수립을 두고 대한민국정부가 ‘대한민국’으로 격상되면서 시민단체들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원년이라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이 교과서에 반영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구체적으로 안보 위기속에서 경제개발을 이룩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발표되면서 각 시ㆍ도교육청도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공개된 편찬 기준은 검인정 교과서의 편향성을 바로 잡는다고 하면서 일제 식민사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일방적인 뉴라이트 역사관 일색”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제라도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지난 24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선언한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조도 거부하겠다”는 성명을 그대로 따른다는 입장이다.
설동호 대전교육감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대로 검토자체를 거부할 예정”이라며 “교육부에서 일정대로 발표하고 난 연후에 교육청 자체적으로 교과서 채택여부에 대한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복회도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독립운동을 평가절하, 폄훼하는 몰역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도 “국정 역사교과서는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부정하는 전체주의 사관에 다름 아니다”며 “ ‘세뇌’를 목적으로 한 국정 교과서는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교육부의 방침은 사실상 철회될 전망이다.
현재 교육부는 ‘2015 개정교육과정’ 적용 시기에 맞춰 다른 과목 교과서처럼 2018년으로 시행 시기를 미루고 대신 일부 시범학교에만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 기존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 중 일선 학교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중이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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