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는 학생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거리를 서성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낮은 물론 이른 아침이나 어두운 밤에도 학생들은 공공기관과 상가 출입문, 계단에 기대거나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안전한 학교에서 적당히 규제하면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충남교육청에 제안했지만, 국정원 등 국가 정책을 이유로 학생들을 불신하는 강경입장만 확인했다. |
지구촌 문화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의 창’이라며 아시아권 무선망, 컴퓨터 등 지원
충남 학생들은 지구촌 문화 공유하러 어두운 밤 학교 밖으로
도교육청, “국가정책, 국정원도 보안 취약 이유로 제한” 강경 입장
2013년 1월 25일 충남도교육청은 네팔의 작은 산골 오지 학교 ‘부미마타’에 무선인터넷(와이파이·Wi-Fi) 시스템을 설치했다.
지구촌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의 창’을 열어주기 위한 선행이다. 250여 명의 부미마타 학생들은 도교육청의 도움으로 와이파이를 활용한 화상통화 등 신세계를 경험했다.
같은 달 도교육청은 라오스 퐁암중학교 컴퓨터실 개관도 지원했다. 도교육감은 라오스 국가표창을 받았다. 라오스 학교의 전기 등 기반시설 지원까지 약속했다.
이런 식으로 도교육청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라오스 학교에 컴퓨터교실을 1실씩 지원했다. 앞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라오스에 컴퓨터 685대와 노트북 45대를 지원했다. 지난해 5월 18일 김지철 도교육감은 라오스 국가 우정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네팔에도 와이파이를 설치해준 도교육청은 정작 도내 일선 학교는 외면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733개 초ㆍ중ㆍ고교 중 418개 학교, 836개 교실에 와이파이가 설치됐다. 이마저도 교내 일부 교실에 한정되거나 점심시간 이용 등 학교가 자율 통제 하고 있다.
학교가 ‘세상의 창’을 닫아버리면서 학생들은 어두운 밤에도 교문을 벗어나고 있다. 인근 공공기관과 상가의 와이파이를 찾아서다.
학생들은 여기서 계단이나 출입구를 서성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웹서핑이나 음악 감상, 게임 등을 즐기고 있었다. 여가와 학업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다. 6만 5000원대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학생들만 교실에 앉아 세상의 창을 열 수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이 낮은 물론이고 이른 아침과 어두운 밤에 와이파이를 찾아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교통사고와 학교폭력 등 안전 사각지대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불신하면서 학습과 보안상의 이유로 와이파이 확충을 꺼리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은 보안이 취약해 국정원에서도 제한하고 있는 등 국가적인 정책 방향과 예산적인 측면에서 전혀 확충 계획이 없다”며 “보안이 취약한 이유는 학생들이 아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와이파이가 됨으로 인해서 다른 학생들이 학습에 침해를 받을 수 있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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