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인 사회부 기자 |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다. 국가와 지자체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친다. 그중 식사를 가장 중점에 둔다. 혼자 생활하면서 맞닥뜨리는 불규칙ㆍ불균형 식사는 곧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 앞서 일찍이 노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한 이들이 있다.
대전성모의집이다. 27년 전,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사목국장으로 있었을 당시 식사도 제때 하지 못하는 노인을 위해 삼성동 노인회관 2층(285-15)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지역 수녀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만들어 대접했다.
연간 4만여명의 노인이 성모의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노인과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묵묵하게 노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던 성모의집이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새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공간은 낡은 데다 비좁기까지 하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는 이곳은 가파른 계단까지 긴 줄이 이어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모의집은 10여년간 새 건물과 건물이 들어설 공간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지난해 고물상이던 삼성동 283-55·56번지 자리를 사들여 동구청에 기부채납하고 건물을 지을 사업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순탄하지 않다. 인근에 위치한 중ㆍ고등학교와 학부모가 성모의집 건립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동구의회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동구청과 대전교구가 어렵게 끌어 모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성모의집이 학교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안전한 학교생활에 위협이 갈 것이라고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차라리 동구청 옆으로 옮기라고도 주장한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학습권 침해와 안전한 학교생활의 방해 요소로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유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 만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루 빨리 성모의집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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