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은 100세를 향해 늘어가는데 노후자금은 부족해 퇴직 후에도 은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러 '반퇴세대'라고 한다.
150만 대전 인구중 50대 이상 중장년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인생2막'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일수 밖에 없다. 중장년의 재취업은 곧 사회적 안전망 구축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대전세종연구원 2층 대회의실에서 대전고용노동청·대전시 주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주관으로 '제47회 대전고용전략개발포럼'이 열렸다. 중장년층 재취업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의 문제와 고용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대전지역 중·장년인구는 48만2000명으로 전체인구의 32%를 차지하며 최근 10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장년층 고용률은 55.6%, 실업률은 2.3% 수준인데 이들의 고용사정은 양적 측면보다는 고용구조의 질적 악화가 더 심각하다.
중·장년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은 39%에 불과하고 21%가 임시직, 10%는 일용직이다. 고용안정성이 30·40대에 비해 낮다는 얘기다.
중·장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한다는 사람에게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나이가 많거나 어릴 것이라는 걱정(18%), 일거리 자체가 없다는 체념(20%)이 가장 많았다.
중·장년층의 고용환경을 개선하려면 정년의 보장, 나아가서 연령차별 해소가 관건이다.
중·장년층의 고용유지, 전직·재취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고임금보다는 유연한 근무형태나 시간제, 숙련된 능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대책으로 창업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퇴직금을 기반으로 창업한 뒤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창업능력이 검증된 경우에 한해 선별적인 창업 및 경영관련 인큐베이팅이 필요할 것이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부문으로 창업형태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대전 동구 소재 (주)에르코스(대표 박문환)는 2003년 윈윈트레이드로 시작해 현재 이유식, 한과 등 식품산업을 선도하는 유통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28명 중 45세 이상 중장년이 12명으로 43%를 차지한다. 직종별로 보면 생산직 8명, 사무직 3명으로 이뤄져 있다. 2014년 4명, 지난해 5명, 올해 8명의 중장년을 채용했는데 이중 퇴사자는 지난해 1명뿐이었다.
퇴사율로만 봐도 중장년직원들은 그외 직원들에 비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 채용에도 고민이 있다. 생산직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와 장년 가운데 누구를 채용하는 게 좋을지, 어린 팀장과 장년 팀원 구조가 정서상 극복 가능한 것인지 등 조직관리 차원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에르코스는 2017년 하반기까지 생산 20명 , 물류 15명, 사무 10명 등 80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이중 생산과 물류직원은 모두 중장년으로 뽑으려고 한다. 중장년 일자리 만들기에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는 것이다.
또 유연·탄력·시간제근무 등을 도입하고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인사정책을 실시해 중장년이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부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상담사가 발품을 팔아야 구직자가 희망이 있다'는 구호 아래 구직자 모집과 구인회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력과 경력(전공), 나이, 퇴직전 직업 등에 따라 맞춤형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7기까지 25명씩 모두 170여 명을 대상으로 재도약프로그램도 펼쳤다. 기업대표, 인사담당과 함께 정례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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