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 말고 꽃을 보라,정호승, 해냄출판사, 2011 刊 |
시인 정호승의 에세이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 2장 '뼈저린 후회', 3장 '수평선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4장 '완벽하면 무너진다', 5장 '겨울의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 속에는 소제목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의 행복과 기쁨, 슬픔과 존재에 대해 짧은 동화들이 모여 만물의 이치를 통해 배우는 깨달음에 대해 긴 여운을 남긴다.
<사랑의 동그라미> 이야기는 동그라미를 그리지 못하는 아들에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도리어 아버지가 사랑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던 첫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처음과 끝이 서로 같이 만나야 진정 사랑을 완성할 수 있구나!'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일방통행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요소를 통해 삶을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뼈저린 후회>에서는 미국에 아들 내외를 둔 어머니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끝내 목숨을 끊은 이야기이다. 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생활이 나아지는 만큼 현대인들의 마음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 다들 마음속에 무엇인가의 부재를 안고 살아간다.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를 보듬고 돌아보는 미덕이 점점 사라지면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는 풍요의 높이만큼이나 깊어져 가는 것 같다.
<타조의 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니야, 타조 넌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날고 싶다는 너의 욕망을 사랑하는 거야. 그래 가지고는 날 수가 없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만이 넌 날 수 있어.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해. 사랑에는 희생이 따른단 말이야. 넌 그걸 몰라. 우리를 사랑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봐. 맹목적인 부분이 있잖아. 순수한 사랑에는 어느 정도 맹목성이 있어야 해. 그런데 넌 그렇지 못해. 그래서 날지 못하는 거야.'
얼핏 들으면 기가 막힌 독수리의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결국 아픈 것. 아픔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 아픔마저 딛고 올라갔을 때야 비로소 더할 수 없이 순수함에 도달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듯 작가는 사랑, 용기, 고통, 교만, 욕심, 배려, 희망 등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책을 읽어나가면 한 편의 시와 같은 따뜻한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책의 구절 중 공감을 받은 부분이 많지만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울지 말고 꽃을 봐라. 그리고 저 바위도, 산다는 것에 의미 따위는 소용없어. 장미는 장미답게 피려고 하고, 바위는 언제까지나 바위답겠다고 저렇게 버티고 있지 않니. 그러니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기쁨도 느끼게 되는 거야. 너무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어. 이제 또 다른 꿈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 책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틈틈이 한 편씩 읽다 보면 삶에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한 숨에 읽어 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읽어나가며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 쉼표 같은 휴식의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연희 한밭도서관 자료정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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