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면 합니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심수창(35)에게 올 한해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심수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13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에 FA계약을 했다. 심수창 본인으로서는 프로생활 13년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하지만 한화가 심수창을 영입했을 당시 팬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수창은 올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며 가치를 재평가 받았다. 66경기에 등판해 113.1이닝을 던지며 5승5패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다.
심수창은 “한화로 올 때 돈을 떠나 나를 필요로 한 것에 감사했다. 어떤 보직이든 다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아프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시즌 초반, 손가락 물집과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체중도 빠지고, 구속도 줄었다. 밸런스를 빨리 찾아 다행이었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심수창은 올시즌 마당쇠 역할을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즌 초반을 제외하고 선발(10경기), 중간(46경기), 마무리(10경기)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팀을 위해 뛰었다. 그는 “그렇게 잘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올 수 있어 좋았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메워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면서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팀이 필요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어 좋았다. 5연투 역시 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수창은 한양대 자신만의 특이한 구종을 개발해 대학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고 2006시즌에는 LG에서 10승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하락세를 걸었지만, 심수창은 정통파 투구와 사이드스로를 병용하는 투구폼으로 다시 부활했다.
심수창은 지난해 FA시장에 과감히 나왔다. 11시즌 동안 통산 33승 10세이브 16홀드를 거뒀고, 지난해에는 4승6패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01을 기록했다. FA시장에서 관심을 받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심수창은 “몇 년간 꾸준히 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했다. 수많은 야구선수 중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가 몇명이나 될지를 생각했다. 나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심수창은 “어려운 상황에서 날 선택해준 한화 구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절실함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면서 “올해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행복했다. 한화 선수들도 생각보다 승부욕이 강해 놀랐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랐다. 경기에 지면 누구보다도 분해했다”고 밝혔다.
심수창은 마운드에 오래 남아있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한화와 계약기간이 3년 남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내년에는 무조건 더 잘해야 한다”면서도 “아프지 않고 관중이 있는 마운드에서 오래 설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박수와 환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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