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시리즈]치열했던 60여년의 발자취… 국민 통합 공간으로

[현충원 시리즈]치열했던 60여년의 발자취… 국민 통합 공간으로

  • 승인 2016-11-23 11:26
  • 신문게재 2016-11-24 2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국군묘지에서 시작해 17만여위의 호국영현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 모습.
▲ 국군묘지에서 시작해 17만여위의 호국영현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 모습.

[국가의 성역, 세계 현충원 탄생과 역할을 찾아서] 8.대한민국 역사 오롯이 국립현충원의 재발견

서울·대전 현충원 '호국영령' 30여만명 잠들어
올림픽 우승자부터 가스 폭발현장 구조자까지
국군묘지서 사회 공헌자 등 공동체 기억 장소로
신분제적 한계는 여전… 친일파 잔재 해소 시급


국립현충원은 6.25전쟁의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해 지금은 국민통합 장소가 됐다.

6.25전쟁 후 서울 민둥산에 이름 없는 전사자의 유해를 안장한 것으로 시작한 국립서울현충원과 1982년 첫 안장을 시작한 국립대전현충원, 두 곳에 현재 30만 영현이 모셔져 있다.

프랑스 대혁명의 희생자 유해를 안장하고자 기존 성당을 고쳐 만든 팡테옹이나 남북전쟁의 전사자를 매장하려 만든 알링턴국립묘지와 출발점이 같은 셈이다.

세계 현충원이 국가의 역사를 기록한 교육현장이 되었듯 대한민국의 서울·대전 현충원 역시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인 애국지사 순직 소방공무원까지 그들의 묘비에 새긴 기록이 하나하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

▲6.25 국난 극복과 현충원=국립묘지는 6·25전쟁으로 발생한 많은 전사장병 안장하기 위해 태동했다.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희생이 뒤따랐고 국가 앞에서 목숨을 바친 이를 추모하는 곳으로 현충원이 조성됐다.

1955년 서울 동작동에 전사 군인을 안장하는 국군묘지에서 시작한 현충원은 안장 대상자를 확대하며 지난 60년간 보훈정신 계승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군인 위주로 이루어졌던 군묘지 안장업무가 1965년 3월 국립묘지령으로 재정립되면서 애국지사, 경찰관, 향토예비군까지 대상이 확대됐고 2005년에는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도 안장대상자에 포함됐다.

국가 발전과 공동체 존속에 희생한 경찰·소방·공무원 그리고 일반 시민까지 안장대상자가 확대되면서 겨레의 성역으로서 국립묘지 위상을 갖췄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삶을 희생하고 국가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분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모신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현충원과 세계속 국립묘지=당초 서울 동작동 한 곳에 조성됐던 현충원은 안장공간 부족에 대비해 1979년 국립대전현충원이 추가로 추진됐으며, 현재 '4·19', '3·15', '5·18' 국립묘지와 호국원 등 국립묘지 10곳이 있다.

프랑스 팡테옹이 나폴레옹 시대에 순수 종교시설로 회귀했다가 또 다시 본래의 현충시설로 바뀌기를 거듭하며 곡절을 거쳤다면, 다행히 국립현충원은 호국영현의 안식처로써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매장 중심의 안장문화로 인해 서울현충원은 이미 만장 돼 유해의 봉헌만 가능하고 대전현충원 역시 만장에 가까워 새로운 묘역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이는 미국 알링턴국립묘지가 묘역 만장을 앞두고 밀레니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3만기 규모의 묘역 확장공사를 진행 중인 것과 같다.

장군묘역의 특별대우를 거부하고 일반 사병묘역에 안장된 채명신 장군의 묘비.
장군묘역의 특별대우를 거부하고 일반 사병묘역에 안장된 채명신 장군의 묘비.

▲사회공헌자 등 비군인에 열린 현충원=묘소 안장 또는 충혼당 안치, 위패 봉안, 무명용사 등의 방식으로 국립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 모셔진 영현은 모두 29만 6100여위에 이른다.

묘소 매장 기준에서 대전현충원에 7만8440기가 안장돼 규모 면에서는 서울현충원(5만4445기)를 앞서가고 있다.

현충원에 안장된 위인 중에서 군인 비율이 높은데 묘소 매장과 충혼당 안치 기준에서 서울현충원은 전체 안장자의 97.5%가 군인이다.

대전현충원은 89.4% 군인이라는 점에서 현충원이 여전히 특정 계층에 치우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가 운영하는 서울현충원과 달리 대전현충원은 2005년 7월부터 국가보훈처로 소속이 이관되면서 국가사회공헌자와 의사상자 등이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일반인이 안장되면서 군인 비율이 비교적 낮다.

미국 알링턴국립묘지가 대법관이나 주지사 등 일부 비군인에게 묘역안장의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나, 의사상자나 국가사회공헌자의 실제 안장은 거의 없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생을 포함해 해수욕장에서 조류에 휩쓸려 가는 어린이를 구하고 숨진 채 종민 의사자, 부산 금정구 주택가 가스폭발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다 건물 2차 붕괴로 순직한 서병길 소방관 등 여러 신분의 국민이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미국 알링턴국립묘지와 프랑스 팡테옹 그리고 국립현충원은 모두 죽은 이의 묘역이고 이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는 장소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잠든 곳을 신성화하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국가를 눈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의미가 있다.

▲신분적 차이는 여전=국립현충원에 신분적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현충원의 묘역은 국가원수와 장군, 장교, 사병 등의 신분적 요소로 구분돼 안장되고 있으며 묘역의 면적에서도 차이가 있다.

관련 법률은 대통령직에 있었던 이에게 묘역 면적 264㎡를 제공하고 그 외에는 3.3㎡를 규정했다.

하지만,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 만들어진 장군묘역은 이미 조성된 묘역이 소진될 때까지 사병묘역보다 큰 묘역이 그대로 사용된다. 또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다른 곳으로 이장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방어선을 사수한 월톤 해리스 워커 미8군 초대사령관은 미국 알링턴국립묘지에 단출한 묘비 아래 안장됐다.

알링턴국립묘지는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또는 한국전쟁 등 연대기나 중요 전투 중심으로 신분적 차이 없이 묘역을 마련한다. 프랑스 팡테옹 역시 문학예술 또는 과학분야 등으로 분류할 뿐 신분적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알링턴국립묘지 스티븐 제이슨 미디어담당은 “같은 전투에 몸 담았던 전사자를 한 묘역에 안장하고 있으며, 장군 등의 장성들 역시 전우와 함께 안장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별도의 묘역을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현충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관계자들이 김창룡의 묘역 이장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월 현충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관계자들이 김창룡의 묘역 이장을 촉구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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