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공화국 만들어야” 공감...새누리 이탈세력 합류 가능성도
“개헌은 이제 필연이 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개헌파 인사들이 ‘최순실 게이트’로 묻혀버린 개헌론 되살리기에 나서면서 ‘제3지대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 중이고 새누리당 비박계의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는 대표적 개헌론자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그 결과가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손 전 대표), “반드시 현 대통령 임기 안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김 전 대표), “개헌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하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정 전 의장)며 개헌 필요성을 일제히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동력을 잃은 개헌론 군불때기에 돌입한 셈이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을 정계복귀 명분으로 내걸며 민주당을 탈당, 개헌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구축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김 전 대표도 여야 양극단을 제외하고 합리적 개혁 세력이 모이자는 ‘비패권지대’를 주장해왔고, 정 전 의장과 윤여준 전 장관 등과 넓은 공감대를 이뤄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 의사를 밝히면서 개헌론자들이 제3지대로 모이는 정계 개편 움직임에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집어삼키면서 힘을 잃었다.
그러나 손 전 대표 등 개헌파 인사들이 다시 본격적으로 개헌론을 들고 나오면서 개헌과 맞물린 제3지대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라는데 동의하는 의원들도 많아진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개헌 바람이 불 조짐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3선의 김용태 의원이 22일 당을 탈당하면서 제3지대에 둥지를 틀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이들이 이념적으로 중도성향을 보이는데다 정치적 기반이 서울·수도권이라는 점에서 3지대에 머물며 세력을 규합하다 개헌을 고리로 3지대 인사들과 힘을 합친다는 얘기다.
남 지사는 정당 득표수에 따라 내각을 구성하는 협치형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수도이전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개헌이라는 큰 틀에서 개헌파 인사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남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분들 누구하고도 대화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당장 연쇄탈당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친박과 비박의 내홍이 심화될 경우 이탈 세력이 남 지사와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후 여권에 바로 합류하지 않고 제 3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3지대가 중심이 된 정계 개편 가능성에 정치권이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잠잠하던 개헌 논의가 개헌론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되는 듯하다”며 “새누리 비박 세력들도 현실적으로 제3지대행이 유력한 선택지라 제3지대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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