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대부분 초ㆍ중ㆍ고등학교가 무늬만 테마형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대규모 수학여행에서 벗어나 소규모 테마여행을 권장하는 교육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행정편의 등을 이유로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교육부와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수학여행 자체 보다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안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교통안전과 교육적 측면을 강화한 수학여행 지침을 마련해 시ㆍ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지침에는 150명 이상 대규모 수학여행 보다는 팀을 나눠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다녀올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대규모 수학여행이 불가필할 경우 학생ㆍ학부모 동의절차, 안전요원 확보 등을 점검해 적합한 경우에만 실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침이 2년여가 흐른 현재까지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전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152개교, 중학교 62개교, 고등학교 50개교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중 초등학교 26개교, 중학교 40개교, 고등학교 47개교가 교육부 지침에 따른 소규모 테마여행 대상 학교였으며, 고등학교 44개교, 중학교 39개교가 팀을 나눠 테마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들 학교 중 고등학교는 13개교, 중학교는 28개교만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팀과 함께 지역까지 나눴으며, 나머지는 팀만 나누고 같은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무늬만 테마형 수학여행이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선 학교들은 교육부의 방침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우수사례로 제시한 학교처럼 8학급을 2학급씩 나눠 각각 안동, 경주, 영월, 남원 등으로 프로그램을 짜면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각각 다른 지역으로 프로그램을 짰는데, 2번이나 유찰된 이후 겨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대부분 학교가 팀만 나누고, 같은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여전히 테마형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지만, 업체들도 테마형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라며 “학생들 인솔 등 안전 문제와 수학여행 단가 등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금은 한 곳의 여행지에서 테마만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계약적인 부분까지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 우수학교는 업체에 맞기지 않고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소규모 테마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공모전 등을 통해 사례를 모은 뒤 일선 학교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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