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그러나 팽팽하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린 수험생들은 급작스레 맞게 된 환경의 변화 때문에 자칫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학입시에 매달려 청춘의 대부분을 정신없이 보낸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고 나면 시험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감 못지않게 정서적 불안과 허탈감에 빠질 수가 있다. 특히 시험결과, 진학문제 등에 대한 걱정과 갑작스런 생활패턴의 변화로 불안감, 정서적 혼란, 공허함, 일시적인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허탈감 등 정서적 변화에는 심리 안정을 취하고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 외 취미생활, 친구와의 만남, 봉사활동, 가족여행 등 입시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하는 것도 좋다.
결과를 남겨둔 수험생들은 초조함, 불면증, 신경과민, 공격적 성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가채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자기비하감이나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지금까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 더불어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에 대한 분노도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스트레스는 수많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수능과 대학입시가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것이 오로지 나의 책임이라거나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험생들은 자신의 힘든 감정을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서로를 배려해주지 않는 사소한 실수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족끼리 이해하고 상대를 이끌어 주는 적극적인 표현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할 때이다.
만약 불안감이 심하거나 우울증에 빠진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수능이 끝난 후에도 두통, 식욕부진, 설사나 변비,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이때 대부분 무조건적인 휴식과 안정을 취하게 된다. 또 그동안 억눌렸던 스트레스와 육체의 피로를 풀기위해 12시간 가까이 잠을 자는 등 지나친 휴식은 정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생체리듬을 잃게 한다.
공복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폭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며, 식후에 할 경우 한 시간가량 휴식을 취한 뒤 운동하는 것이 좋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내운동이나 산책 등 20분 이상의 가벼운 운동이 좋으며,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은 피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건강검진과 건강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운동량이 적으면 소모되는 열량이 줄어 입맛도 떨어진다. 떨어진 입맛 때문에 밥보다는 간식을 더 찾게 되고 결국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오기 쉬워 시험 준비로 약해진 체력을 보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시험이 끝나고 난 후 늘어난 야외활동과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짧은 기간에 섭취하게 되면 갑자기 살이 찔 수 있다. 비만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 요인이며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으로 체중을 유지하고 삶의 활력을 찾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