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기름진 식습관, 운동부족 등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당뇨병. 우리나라도 지난해 당뇨병 진료 환자 수가 258만명에 육박했고,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 혈당 장애를 겪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당뇨 환자 수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각종 합병증에 대한 관심도 높다. 발에 궤양, 괴사, 감각·운동·자율신경 손상 등이 발생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 일명 '당뇨발'이 대표적이다. 특히 발 궤양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다리 일부를 절단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의 도움으로 당뇨발 증상과 예방,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편집자 주>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당뇨발' 겪어=당뇨병성 족부병증은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발에 생기는 모든 문제를 총칭한다. 발의 피부나 점막조직이 헐어서 생기는 발 궤양이 대표적인데,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증이나 말초혈관질환이 발 궤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당뇨병 환자의 4분의 1 정도가 당뇨발을 앓게 되는데 이중 20%가 다리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발은 대부분 사소한 피부 손상에서 시작되지만, 정도가 진행돼 심각해진 후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손상이 감염으로=당뇨병성 족부병증의 한 증상인 신경병증은 감각신경 손상, 운동신경 손상, 자율신경 손상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당뇨병으로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발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발저림, 화끈거림, 따끔따끔함, 조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양쪽 발에서 동시에 나타나는데 낮보다는 저녁에 쉴 때나 자는 동안에 증상이 심해진다. 통증이나 냉온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감각이 저하돼 발에 난 상처, 사이즈가 맞는 않는 신발로 인한 압력 등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면 발에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를 발견하는 것도 늦어지게 된다.
운동신경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발에 있는 작은 근육들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이 움츠러드는 갈퀴발로 변하게 된다. 발 모양이 변해 그 부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굳은살이 생기고 그 아래 출혈이 발생해 피부조직이 파괴, 결국 궤양이 생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자율신경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땀 분비, 심장박동, 혈압, 혈관 수축 및 확장 등 여러 신체활동을 조절하는 신경으로, 이 신경이 손상되면 발에 땀이 잘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진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세균이 침투하면 피부뿐만 아니라 피하조직, 근육, 뼈와 같은 깊은 부위까지 심각한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감염증이 생기면 감염부위가 붉게 부어오르며 열감이 생기고 누를 경우 통증이 발생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상처 잘 낫지 않아=발 궤양을 앓는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말초혈관질환을 갖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동반되는 말초혈관질환은 무릎 동맥 아래 부위의 가는 동맥에 생기는데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질환과 비교했을 때 정도가 심하고 범위가 넓다.
말초혈관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으면 걸을 때 종아리가 당기고 아프거나 경련, 저린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를 간헐적 파행이라고 한다.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질수록 짧은 거리를 걸어도 증상이 발생하며 더 진행되면 쉴 때도 증상을 겪는다. 다리와 발의 피부는 창백하고 차가워지며 근육이 위축돼 다리가 가늘어지고 털도 빠질 수 있다. 증세가 심할 경우 발가락 끝의 색깔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이 같은 말초혈관질환으로 상처 부위로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영양이나 산소 공급이 감소해 발 궤양이나 감염증이 잘 낫지 않게 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예방과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당뇨발은 대부분 사소한 피부 손상에서 시작되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찰해 당뇨발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당뇨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발을 깨끗하게 씻은 후 상처, 굳은살, 티눈 등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맨발로 다니지 않아야 하며 발이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발톱은 너무 짧거나 길지 않게 일자로 자르고 발이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발라줘야 한다. 발에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뤄지도록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 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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