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법적 책임 논란 가열 전망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일괄 기소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에서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부분 공모 관계가 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따라 재임 중에는 박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다.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입건했고, 관련 수사를 계속해 의혹을 규명하기로 했다. 조만간 대면조사 등 추가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기금을 출연받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 신분인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내용이 담긴 청와대와 정부 문건이 넘어가는 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20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최순실씨를 구속기소 했다.
두 재단의 강제 모금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안 전 수석, 최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넘겨준 혐의(공무비밀누설)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최씨, 안 전 비서관, 정 전 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상대로 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본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3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도록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에서 출연 기업들은 안 전 수석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두려워해 출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단 1주일만에 기업별 분담금이 결정됐고, 애초 300억원이던 기금 모금 목표액이 500억원으로 갑자기 증액됐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최씨는 또 지난해 롯데그룹에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등 일부 대기업에 접근해 두 재단 출연금과 별도의 추가 기부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최씨는 K스포츠재단의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더블루케이를 세웠고, 롯데 등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체육시설을 세우고 나서 운영과 수익사업을 독식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명시적·노골적인 지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또는 의중을 헤아려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대통령의 법적 책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차원에서 두 재단을 출범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최씨 측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는지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박전규 기자 jk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