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없는 공장,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을 위해 각 자치단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별로 해마다 벌이는 축제만 664개(2015년 기준)이다.
소규모 마을축제까지 합하면 전국의 축제는 1만개가 훨씬 넘는다.
문제는 이 같은 각 축제들이 지역의 정체성이나 경쟁력 고려 없이 자치단체장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다 몇 해만에 중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고민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도하기 보다는 자치단체장들의 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이런면에서 대전의 ‘사이언스 페스티벌’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지역의 대표 축제로 꼽힌다.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도시브랜드를 높이고, 시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참여형 축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로서의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과학정상회의와 동시에 개최됐던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은 194억40000만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90여개의 기관과 단체, 기업들이 의기투합해 130여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서 대전의 ‘외딴 섬’이던 출연연들을 지역과 연계하고, OECD 과학기술관련 장·차관과 세계적 석학과 글로벌 CEO 등이 대거 참가하면서 대전을 명실공히 세계 과학의 중심도시로서 입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올해도 144개 기관·단체가 참가해 풍성한 프로그램을 운영, 행사 기간 17만여명이 축제를 위해 대전을 방문했고, 엑스포과학공원 일대는 물론 대덕특구를 넘어 원도심까지 축제 범위를 확장해 대전 전역을 과학과 문화의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다.
다만 사이언스 페스티벌이 ‘가능성 있는’ 지역의 대표 축제에서 세계의 과학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도시로서의 대전의 정체성을 지역문화와 융합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험형 축제보다는 전시형 축제가 많은데다 백화점식의 차별화되지 못한 축제가 양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 축제로 잘 알려진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티벌’이 100년 이상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 독일 바이에른의 오랜 전통을 현대와 창의적으로 접목했기 때문이거나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지역만의 역사적, 인적 자원을 특색 있는 콘텐츠로 재생산한 점은 유의할 만하다.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旭山 動物園)의 킬러 콘텐츠는 전 세계의 어느 동물원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있다.
지진호 건양대 글로벌호텔 관광학부 교수는 “단순히 초등학교 아이들이 와서 숙제하는 곳 등 대전의 대표축제를 만들기엔 무리가 있다”며 “대전에서만 해야하는 축제라는 당위성을 찾는 등 다른개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