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쯔노씨가 창업한 VR(가상현실) 서비스 구현 모습. |
빅데이터 통한 특정 대상 분석으로
스타트업에 유용한 정보 예측 가능
대전 테크노밸리 현지 진출 힘 쏟아
스타트업의 요람. 전세계 창업자들이 눈여겨 보는 곳.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까지 남북으로 이어진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이 집중돼 있어 전세계 창업시장의 심장으로 알려진다. 실리콘 밸리 역시 그동안에는 기술 중심 창업이 대부분이었지만 경기 불황 속에서 기술적 발전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법칙이 깨지면서 고객을 개발한 뒤 기술을 접목하는 창업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실리콘밸리는 단순히 북미시장을 위한 창업이 아닌, 창업 초기부터 전세계를 타킷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스타트업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Stay With Customer(고객과 함께 하라)”=스웨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One Reality AB'를 창업한 쉐리던 타쯔노씨는 스타트업에 대한 첫 마디는 단연 'Stay With Customer'이다.
일본인 교포 2세인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자랐다. 산호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과 하버드에서 수학한 그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전략가이면서 드림스케이프 글로벌의 경영컨설턴트로도 활동중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자들을 지원해왔던 그가 경험 속에서 찾은 것은 바로 고객에게서 모든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은 쉽지만 실행을 하는데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그전에 우선 창업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신이 익숙하고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타쯔노씨는 “잘 알고 있는 일을 시작하면서 좋은 친구를 갖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창업자들은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경쟁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무조건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아닌,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그 구성원들이 다같이 하고 싶은 분야로 창업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경쟁력과 구성원들의 신뢰가 실리콘 밸리 창업시장의 원동력이라는 것.
이같은 인적 구성이 된다면 고객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타쯔노씨는 “업무 시간의 90% 정도의 시간을 고객과 함께 해야 한다”며 고객의 니즈 파악이 창업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과 경영 일선에서 컨설팅도 하고 있는 쉐리던 타쯔노씨가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요건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장을 세분화한 맞춤형 서비스가 창업성공의 열쇠=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빅데이터 시장이다. 또한 이에 발맞춰 고객을 세분화한 창업이 그나마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데 실리콘밸리 창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실리콘 밸리 현지에서 드론 글로벌 사업을 창업해 국내에서도 투자를 유치중인 김영준 스탠포드대학 박사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창업의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빅데이터는 개인 고객보다는 B2G 또는 B2B 시장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를 출시하는 시장 트랜드와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서도 이미 수만대의 차량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테슬라의 시장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도 일치한다.
빅데이터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자체적인 서비스 이전에 고객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분석 도구로 활용된다는 얘기다.
김영준 박사는 “실리콘밸리 길가에 주차된 차량의 종류를 파악해 그 지역의 생활 수준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빅데이터가 다른 기술과 접목할 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린스타트업에서 강조하는 고객 설정과도 일치한다. 불특정 다수를 고객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특정 고객을 구분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그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파악은 창업한 이후 해당 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된다는 것.
멘토링 등 해외 맞춤형 솔루션 적용
투자자·창업자간 네트워크 활용
민간 주도의 커뮤니티 기회 제공
▲미국 시장 진출 지원에 힘쏟는 한국 기관=산호세 지역에 마련된 코트라 실리콘밸리 & IT 비즈니스센터와 KIC(코리아 혁신센터)에는 한국의 지자체와 기관이 사무소를 입주해 국내 창업시장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테크노파크 실리콘밸리 사무소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국내 벤처기업의 실리콘 밸리 현지 진출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대전으로 복귀한 임병화 대전테크노파크 실리콘밸리 전 사무소장은 “스타트업들이 국내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해외에 와보니 이에 맞는 가치에 공감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며 “이렇다보니 해당 사업에 대한 멘토링이나 코칭을 받고 해외에 맞는 솔루션을 적용해 투자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둔 한국 기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현지 문화차이 등이 투자자 확보나 사업확장에 의외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언어적인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태어난 한국인마저도 언어에 대한 편견을 받다보니 현지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문제는 80%가량 기술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게 현지에서의 시각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는 창업자나 기업가들이 마켓을 우선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마켓을 살피고 고객을 분석하는 데 들이는 자금 비중이 50% 가량된다는 얘기다.
임병화 소장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리콘벨리 진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검증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는 코트라 실리콘밸리 사무소가 마련돼 있어 한국 기관들이 각각 사무소를 입주시키며 국내 기업과 실리콘밸리 기업간의 교류에 나서고 있다. |
▲민간 자발적인 각종 커뮤니티를 통한 기회의 공유=실리콘밸리의 창업시장은 한국과는 달리, 민간 주도로 진행되다보니 다양한 커뮤니티가 자생한다.
커뮤니티를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Eventbrite.com'이나 'Meetup.com'이다. 이곳에서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이 투자자들을 초청해 신규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을 소개하는 데모데이나 피칭데이를 진행하기도 하며 투자자와 창업자간의 다양한 정보 공유와 친목을 다지기 위한 파티 형태의 다양한 모습으로 네트워크를 조성해간다.
디 윌슨 샌스란시스코 투자자 및 스타트업 모임의 공동 창립자는 “스타트업들에게는 투자자가 필요하고 그에 앞서 상호 충분히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좋은 투자와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여개 네트워크의 공동 운영자 및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등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제공해주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는 미 서부에서 실리콘밸리로 다양한 수요가 유입되는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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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베드룸 월 400만원'= 전세계 창업시장의 심장인 실리콘밸리는 예상과 달리 주거문제로 예전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주택 임대료 분석 전문 매체인 점퍼닷컴에 따르면 미국 전체 도시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는 샌프란시스코이다. 침대가 달린 방 1칸(원베드룸)이 월 3440달러(407만원)라는 것.
샌프란시스코 만에서도 원베드룸이 저렴해도 월 2000달러 수준이어서 창업자들이 거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산호세 시청이 지난 9월 전미주택협회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서도 가계 수입의 최대 30%를 주거비용으로 낼 수 있는 여유를 조사한 결과, 방 2개짜리를 임대할 수 있는 직업군은 공인간호사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과 고교 교사는 겨우 방 하나짜리 집을 얻을 정도다. 나머지 직업군은 그마저도 여유가 없어 가계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실리콘밸리 현지 사정이다.
이렇다보니 현지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1개월~2개월동안 6개 가량의 침대방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스페이스(창업자 공간)'라는 가정집도 소개되지만 이 역시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내놓은 에밀리씨는 “투자자들을 만나고 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창업자들이 장기간 투숙하기가 어려운 만큼 호텔이나 여관보다는 저렴하게 방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만에는 지 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건축물이 높지가 않아 그만큼 숙소가 적은데도 수요가 늘어나다보니 월세가 치솟는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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