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 사업영역 개척 … 첨단산단 조성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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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융합 사업영역 개척 … 첨단산단 조성 검토해야

모바일·스마트기기 등장과 함께 지역 인쇄산업 '침체일로' 지자체-업계 소통 가장 중요… '원도심 재생' 위해 힘모아야

  • 승인 2016-11-20 10:48
  • 신문게재 2016-11-21 12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지역 인쇄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대전 동구 정동과 중동, 삼성동 일원에는 인쇄업체 80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인쇄특화거리'라고 불린다.

대전 소재 2000여 개에 달하는 인쇄출판업체 중 40%가 몰려 있고 관련 종사자만 8000여 명 수준이니 그럴만도 하다. 서울 충무로, 대구 남산동과 함께 '전국 3대 인쇄거리'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문을 연 인쇄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전의 유구한 인쇄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렇게 지역을 견인하는 주축산업으로 번성했던 인쇄산업이 10여 년 전부터 쇠퇴해가고 있다.

모바일·스마트기기 등장 등으로 대변되는 시대와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고 그사이 인쇄업체들은 노후·영세화했다. 지역 인쇄산업이 도태와 회생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인쇄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보고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17일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대전세종연구원, 경제활력포럼 주최로 열렸다. <본보 18일자 2면 보도> 인쇄산업의 지역 파급력을 감안해 지난 보도에서 지면사정상 담지 못한 토론회 패널들의 주요발언들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

▲ 사진 왼쪽부터 오성상 교수, 김학진 교수, 구자빈 조합장, 박희준 이사장, 오규환 과장, 성정화 대표, 양찬회 본부장.
▲ 사진 왼쪽부터 오성상 교수, 김학진 교수, 구자빈 조합장, 박희준 이사장, 오규환 과장, 성정화 대표, 양찬회 본부장.

▲오성상 신구대 그래픽아츠미디어과 교수(한국인쇄학회 회장)=인쇄산업은 장치 기반의 제조산업으로 기능적인 측면과 문화 산업으로서 무형의 가치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산업이다. 인쇄산업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산업환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다른 사업영역을 개척해야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학진 배재대 대전IT융합인쇄문화산업육성사업단장=대전 인쇄산업은 집적화에 따른 특화거리 이미지와 인쇄출판 관련 활동 연계가 쉽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인쇄거리의 노후한 환경과 영세화는 큰 약점이다. 지역 인쇄산업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기술개발 및 시험생산이 가능하고 연관생산, 근린편익까지 갖춘 산(産)·문(文)·예(藝) 융합 명품산업공간으로서 대전도시첨단인쇄출판산업단지(가칭) 조성을 제안한다.

▲구자빈 대전도시첨단인쇄출판산업단지추진조합 조합장=지난 2007년부터 인쇄출판단지에 대해 지자체에 건의했고 시장도 추진하겠단 약속을 했다. 선거때마다 시장 출마자들도 산업단지 조성에 공감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쇄산업 발전은 최종적으로 산단 조성에 있다고 본다. 인쇄산단은 위치가 매우 중요한 만큼 안산지구(대전 유성구)에 조성을 건의했다.

그런데 대전시에서 안산지구는 국방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쇄산업이 소외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국방산업단지 조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그곳에 인쇄산단이 같이 조성됐으면 한다. 도심형 산업인 인쇄산단은 대전과 세종의 중간인 안산지구가 적격이다.

▲박희준 대구경북인쇄산업협동조합 이사장=2013년 대구 달서구 월성동·장동·장기동 일원 24만5325㎡(7만4000평) 면적에 사업비 1248억원이 투입된 '대구인쇄출판정보밸리'가 완공됐다.

부지선정부터 분양입주까지 대구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약 8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에 단지조성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대구시에서 타당성용역 예산을 조기수립해 사업 진척도를 빨리 할 수 있었고 대구경북연구원에서도 전담연구팀을 구성해 사업초기부터 분양까지 적극 협조했다.

대구도시공사도 채권발행을 통한 보상 및 철거와 분양단가 책정에서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당초 분양가보다 평당 28만원을 내려 분양했다.

산업경쟁력 제고, 내수·수출 등 판로확보,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인쇄산업단지 조성엔 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

▲오규환 대전시 도시재생과장=연도별 인쇄업 등록 현황을 보면 대전지역 인쇄업체는 2012년 645곳에서 매년 30여 곳씩 늘었다. 이는 1인 창업기업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쇄기계와 디자이너 등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점차 감소 추세다. 정부청사가 입주한 세종시엔 서울의 메이저 인쇄사 5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이중 10여 곳은 자체 건물과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대전 업체의 경우 영세성으로 인해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전시는 세종청사의 인쇄수요, 영세한 인쇄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원스톱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동구 정동 주차장 부지 2만㎡에 2019년까지 160억원을 투입해 지상8층 규모의 '도심형 산업지원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정동, 중동 등 가장 쇠퇴한 원도심의 도심재생 거점공간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정화 도서출판 이화 대표=대전의 인쇄업체는 수가 많다보니 물량수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값 받고 일하는 게 힘들어진다. 대전 소재 기업이나 관공서 물량만이라도 지역업체가 할 수 있게 된다면 형편은 좀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입찰자격에서도 일정 금액 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대다수 업체가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해 입찰에서 아예 제외된다. 한가지 인쇄출판물에서 수천만원 규모 물량은 극히 드문 상황에서 그렇게 조건을 둔다면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되풀이되고 많은 영세업체들이 도태하고 말 것이다.

더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데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유정미 대전대 교수=다품종 소량화의 트렌드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기획부터 완성품까지 한장소에서 이뤄지는 토털시스템을 제안한다. 인쇄거리의 작은 업체끼리 연대해 빠른 원스톱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다.

또 인쇄특화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로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인쇄거리의 전통을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젊은 인력들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인력 유입을 위해 인쇄연합이 출연해 '공동교육장'을 마련하는 것도 제안해본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인쇄업계가 10년동안 산단조성을 위해 노력해왔고 대전시는 원도심재생을 위해 대전역앞 정동지역에 도심형 산업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업계와 지자체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인쇄업계-지자체 간 소통이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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