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확인 안 돼 “물러날 이유 없다” 판단
‘샤이 박근혜’ 의지, 진보에 주도권 못준다는 생각도
‘최순실 게이트’로 사면초가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와 퇴진 압박을 일축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심에 역주행한다는 비판에도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데는 장기전에 돌입하면 정국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노림수가 깔린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 장악이 쉽지 않고 이미 ‘정치적 탄핵’ 탓에 식물 대통령이 돼버렸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조차 “대통령은 결국 떠날 사람이고 보수층에서도 버린 카드”라는 자조가 나온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다다랐음에도 박 대통령은 하야 또는 퇴진에 명백한 선을 긋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정국안정을 위한 카드로 국회추천 총리에 내치를 맡기로 본인은 검찰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보겠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측근 관리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불법행위 여부는 시비를 가려보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에 따라 불법행위가 드러나 이에 따른 퇴진이라는 사유가 명확해지지 않았는데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배경에는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박 대통령이 현 시국에 대한 반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야요구에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면서 국정을 챙기다 보면 여론도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지지층 가운데 최저치인 5%로 떨어졌음에도 야권 등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고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미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 사례처럼 주변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지지를 드러내지 못하는 ‘샤이(shy) 박근혜’에 의지하면서 절차가 복잡하고 장시간 소요되는 탄핵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자신이 물러나면 현재 정국 주도권은 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보수가 아닌 진보세력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도 박 대통령이 욕을 먹으명서도 버티는 이유로 읽힌다”고 촌평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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