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택스 저장만으로 송달효력 인정은 행정편의적인 입법”
세무당국이 국세청 ‘국세정보통신망(홈택스)’을 통해 납세 고지 등 처분을 내리는 전자송달은 세무당국이 홈택스에 저장하는 때부터 송달효력이 발생한다는 국세기본법 조항이 ‘위헌’ 여부 판단을 받게 됐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심준보)는 지난 9일 비철금속 제련업을 하는 A사가 국세기본법 제12조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조항(납세 고지 등)은 송달하는 서류는 송달받아야 할 자에게 도달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면서 단서에 전자송달의 경우에는 송달받을 자가 지정한 전자우편주소에 입력된 때(국세정보통신망에 저장하는 경우에는 저장된 때)에 그 송달을 받아야 할 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달받아야 할 자가 실제 확인한 때가 아니라 세무당국이 홈택스에 저장만 하면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문에서 “홈택스에 저장한 때 곧바로 송달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송달의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송달 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달의 효력을 인정하는 행정편의적인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홈택스에 납세고지서가 저장된 것에 불과해 상대방이 이를 알지 못하는 때에도 심사청구 제기기간이 지나 버릴 가능성이 있어 위법한 과세처분에 대한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안세무서는 지난해 4월 10일 홈택스를 이용해 A사에 2013년도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경정·고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사는 같은 달 29일에서야 전자고지가 됐음을 알게 됐고,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7월 24일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상 심사청구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A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천안세무서가 홈택스에 저장한 4월 10일부터 90일이 되는 7월 9일까지 심사청구를 내야 했지만, 7월 24일에 냈기 때문에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다.
이에 A사는 지난 1월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내면서 해당 조항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국세기본법 관련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함으로써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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