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영수회담 막전막후’, 국민의당 ‘文 때리기’ 대표 사례
차기대선 승리, 정권창출 포석 탓 정치적 셈법 달라
야권이 ‘최순실 게이트’로 얼어붙은 정국돌파를 위해 겉으론 공조하면서도 속으론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등에는 힘을 합치면서도 정치적 셈법을 달리하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현상이 저마다 차기대선에서 승리, 정권을 창출하려는 포석을 깔아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14일 ‘반나절 회군’으로 알려진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번복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다.
추 대표는 당시 야3당 공조파기 우려에도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당내 거센 반발로 12시간 만에 의사를 접었다.
당시 여의도 안팎에선 추 대표의 이같은 행동이 같은당 대권주자인 ‘문재인 띄우기’와 관련성이 깊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 한사코 손사래 치는 하야를 강력히 촉구하고서 예상했던 것처럼 ‘퇴짜’를 맞으면 문재인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퇴진운동을 본격 추진하는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여권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야권 강자인 문 전 대표의 ‘해결사’ 면모를 극대화,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내심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점이 잘 드러난 것이 지난 15일 문 전 대표가 ‘중대결심’ 기자회견에 대해 십자포화를 날린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 2선 후퇴,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회 추천 총리 전권 이양 등을 주장해왔던 문 전 대표가 대통령 퇴진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문재인 때리기’에 몰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건 없는 퇴진을 얘기했지만, 그 실현 방안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표가) 추미애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 철회와 민주당의 퇴진 당론 채택 이후에야 드디어 국민의 촛불 대열에 합류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먼저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퇴진운동에 나선 가운데 ‘10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문 전 대표가 뒤늦게 이에 동참한 것이 달갑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문 전 대표의 상승세를 내버려두다가는 대권경쟁에서 자칫 같은 호남을 정치적 본산으로 둔 민주당에 밀릴 수 있다는 절박함도 한몫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국돌파 각론에서 길을 달리해 왔다.
‘최순실 게이트’ 초기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민주당은 청와대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절한 반면 국민의당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부 여당을 밀어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각각 갖고 있기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대응과정에서 자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