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면죄부 주는 수단” 전락 우려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위반 여부와 법 조항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 판례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참고자료와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사례집을 보면,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100만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공무원과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사이라면 1회 100만원 이하,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의 골프 접대는 허용될 수 있다. 다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대상임을 유의해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 기준 수도권 골프장 이용료가 20만~3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직자들이 공짜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을 허용해준 셈이다.
청탁금지법이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근절시킬 획기적인 초석이 될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의 할머니가 가져온 호박을 돌려보내고, 보건소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해주는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건넨 음료조차 돌려보내는 상황에서 ‘투명 사회를 만들자’며 도입한 청탁금지법이 ‘공무원의 공짜 골프를 허용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8조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법에 규정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은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직무 관련성은 중요한 처벌 기준이지만, 자칫 비도덕적 행위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의 경우 분야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분이지만, 직무 관련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골프 접대와 할인, 금품수수를 자유롭게 누리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단속 관련 부서에 있다가 떠난 공무원에게 전관예우 차원이나 후임자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서, 나중에 해당 부서로 올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에 사전에 ‘보험 차원’에서 골프장 측이 공짜 골프 로비를 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입법을 주도한 권익위나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 법원의 법 해석은 입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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