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이정현 “총리 임명 후 중립내각 출범 즉시 당 대표직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100만 촛불’이 타오르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 수습 방안을 두고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야권은 지도부는 물론 대권 주자들까지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정권 퇴진 형식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는 중이다.
여권도 표면적으로는 국정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지도부 거취와 박 대통령 탈당을 두고 친박계 지도부와 비박계 비주류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12일 일제히 거리로 나왔다. 지도부를 비롯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대권 주자들도 함께 촛불을 들었다.
야권은 13일 거리의 성난 촛불 민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응답을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피링에서 “하야건 퇴진이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며 “박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100만명의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했고, 퇴진을 외쳤다”며 “100만 촛불집회의 퇴진 외침에 박 대통령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정국 해법을 놓고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정한 ‘단계적 퇴진론’이 현재 당론이지만 대권 주자들과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여야 영수회담 통한 총리 추천 등 단계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으나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정상화’가 우선이라는데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이후 정국 수습방안을 놓고 친박·비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당 지도부 사퇴에 더해 박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친박계도 뭍밑에서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하며 세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친박·비박 갈등을 반영하듯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와 비박 비주류는 이날 정국 수습 방안을 놓고 각각 다른 곳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대 개최해 새 대표를 선출할 것”이라며 “여야 협의 거쳐 국무총리가 임명되고 중립내각 출범하는 즉시 일정에 상관 없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선후보도 당 대표 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박계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지도부 퇴진과 중립내각 구성 등을 의제로 간담회 형식의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선 박 대통령의 탈당은 물론 탄핵까지 다양한 의견이 터져 나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탄핵의 길로 가야한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새누리당은 수명을 다해 해체해야 한다”는 격앙된 모습도 나왔다.
정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도 있지만 친박과 비박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만큼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촛불 민심이 거세지는 상황이고 이를 등에 업은 야권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정국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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