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나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 예상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사 날짜와 방식 등을 청와대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조사는 이르면 이번주 중 이뤄질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은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고 방문이든, 서면조사든 그 어떤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2일 오전 수사팀 간부회의를 한 뒤 박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확정했다.
최씨의 구속기한 만료일인 오는 20일 이전이나, 그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의 국정농단 실체를 최종 확인하려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번주 조사가 유력한 가운데 늦어질 경우 최씨를 기소한 이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청와대 문건 유출을 일부 시인했으며, 최씨가 관여한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마련과 롯데로부터 70억원을 받았다 되돌려준 일에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온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대통령의 조사 날짜와 방식에 대해 청와대와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조사 방식과 관련해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를 받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소환조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나 제3의 장소에서 방문조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지방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등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소환조사가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조사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의 차원에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조사도 잘 진행되고 국가 위신도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개별 면담 의혹과 관련해 당시 면담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재벌 총수들을 소환조사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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