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신용현 의원.
의원실 제공 |
국민의 생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국가과학기술계'는 현재 위태롭다. 현 정권 들어 과학기술계는 “방향성이 없다” 또는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난무했으며,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는 이 같은 현실에 기름을 부었다.
과학기술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되고 성과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인의 의욕은 갈수록 떨어지고 국내 과학기술계는 진화보다는 퇴보의 길을 걸을 위기에 놓였다.
이 같은 시국에 누구보다 고민이 깊은 한 사람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출신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 신용현<사진> 의원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만 32년간 몸담아 온 뼛속까지 과학기술인 신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를 비롯해 다양한 국정활동을 통해 과학기술인들의 간지러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신 의원은 한 시간에 달하는 본보와의 인터뷰 동안에도 국가 과학기술계의 방향성,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진작 등에 대해 고심했다. 신 의원으로부터 과학기술계가 직면한 여러 현안과 대덕특구를 비롯한 국가과학기술계 전반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최근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안팎이 혼돈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국가과학기술인 출신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국회에 입성해 4차산업 혁명을 선도하는 입법과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정책제안을 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발언한 첫 내용이 '최순실 게이트' 질의였다. 매우 안타깝다. 짚고 넘어갈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영향을 주지 않은 곳이 없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학계와 과학기술계에서도 영향력이 닿았다. 최순실 딸 정유라의 특혜 교수로 불리는 이화여대 교수 3인은 정유라 입학한 시기 전후로 1인당 3년에 15억씩 거액의 정부연구비를 받았다. 그전 실적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며 연구비 수주 과정도 석연치 않다. 한 교수는 2년간 50억원짜리 대형연구과제 기획회의에 3차례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8억2000만원 상당의 세부과제의 연구책임자가 됐다. 이 과정을 지휘한 한국연구재단 단장은 새누리당 당직자였다. 비선실세 농단은 정당한 노력이 부정되고 특혜와 부조리가 판치는 불공정의 시대를 가져왔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일련의 과학기술계에 기관장 선임 문제도 같은 맥락일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과학창의재단 인사에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 사실과 의혹이 짙다. 청와대 총무비서실에서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최순실씨 조카의 처남이 창의재단에 채용된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전 이사장은 지난 9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임했고, 이후 진행된 이사장 공모과정에 정유라 특혜의혹 교수 3인 중 한 명의 남편이 응모한 의혹이 있다. 어떤 기관이든 기관장의 공백이 길거나 잦은 변경이 있다면 기관 운영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과학기술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과학기술계 수장 난은 더욱 문제가 크다. 대덕특구를 보면 연구재단, 내가 몸담았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줄줄이 인사 문제가 있었다. 국가과학기술계를 책임져야 할 중요한 기관의 기장이 정권의 판도에 따라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계 인사문제만큼은 정치적 입김을 받으면 안 된다. 꼭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진행 중인 표준연 원장 공모도 파행을 거듭하지 않고 순리대로 진행되길 바란다. 표준연은 현재 1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진거나 다름없기에 공백을 잘 메워 혼란을 덜 수 있는 훌륭한 기관장이 오길 바란다.
-대덕특구 출신으로서 '대덕특구-대전시 상생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덕특구와 대전시는 협력보다는 각자 운영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대덕특구는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특구로 국제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 미국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실리콘밸리 등과 같이 대덕특구의 연구자 정주환경을 개선해 국제적인 연구기관을 유치해야 한다.
또 대전에는 '산업'이 부족하다. 여러 정부출연연기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업의 중심이 되는 대기업을 비롯해 다수 중소기업들은 모두 타지에 있다. 대전시에서 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해 '출연연-산업-지자체'의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전시민과 대덕특구'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대덕특구에는 국립중앙과학관이라는 좋은 자원이 있어 대전시민과 가까워지기 매우 유리하다. 그 예로 사이언스페스티벌 등 과학문화사업을 많이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학생을 비롯해 시민들이 연구단지에 쉽게 방문하고 견학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최근 대전지역에선 원자력 안전문제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나 역시도 대덕특구에 오래 몸담았고, 현재 대전 시민이지만 대전에 '사용후핵연료'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고 있었다. 핵연료의 손상원인이나 효율 향상 연구를 위한 것임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필요한 만큼 반입해 오는 절차가 당연히 있었어야 했다. 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언제 반출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안전성 논의 절차도 필요했다. 이 부분이 지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은 재반출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핵연료의 파괴시험 후 봉인, 수송 등은 5년 이상의 다양한 작업을 거쳐 해결해야 하지만, 예산이 책정이 거의 안돼 있다. 이 부분을 지난 예산 국회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저준위폐기물도 25년에 걸쳐 옮기겠다했지만 25년은 너무 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빨리 이송하는 것이 옳다.
-미래창조과학부 세종시 이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래부는 현재 법에 따라서도 당연히 세종시로 내려왔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 내려올 생각도 하지 않고 질질 끄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미래부 세종시 이전을 촉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 놓은 법안이다. 미래부가 과천에 남아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 다른 부처들과 업무 협조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도 세종에 있다. 또 미래부와 업무연락이 잦은 연구기관들도 대부분 세종시와 가까이 있어 당연히 내려왔어야 한다. 법안의 포인트는 기간을 정해 내려오고,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명시한 것이다.
-대덕특구와 대전충청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대전시민이기도 하며, 대덕특구에 32년간 몸담았는데 애정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대전충청권에 애정이 있는 만큼 정치적인 의미보다 정책적인 의미에서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도움이 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지역에서 많은 정당 지지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만큼 지역민이 정당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일하겠다.
-지난달 노벨과학상 발표에 한국인 수상자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노벨과학상은 기초과학분야에서 수상자가 배출된다. 단기 성과만을 바래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없고 꾸준한 연구가 진행될 때 나올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제' 중심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중심이 아니라 '인물' 또는 '연구자' 중심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 박사과정 신진연구자에게 얼만큼 액수를 지원하고, 그 사람의 연구를 평가해 다음 연구 단계에도 그에 맞춰 지원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과제 중심이다 보니 과제 주제를 다음 연구단계에 지속적으로 진행하려면 '과제중복'으로 연구비를 지원받기 어렵다. 즉, 연구 주제가 과제 선정 때마다 변경돼야 연구비가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큰 연구비의 과제일 경우에는 경쟁체제의 과제중심도 필요하다. 두 가지 방식의 연구지원 방식이 이뤄져야 10년 후, 20년 후, 노벨과학상 수상이 가능하다. 노벨상을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 지원을 하다 보면 노벨상이 배출 되리라 생각한다.
서울=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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