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탐냈던 위풍당당함… 그 화려한 순간으로 시간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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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탐냈던 위풍당당함… 그 화려한 순간으로 시간이동

일제강점기 9번 이사한 '비운의 국보' 33개 부위해체 2019년께 복원 마무리 수탈·포탄 파손 등 최하 'E등급' 분류… 원주-국립중앙박물관 거취문제도 난제

  • 승인 2016-11-13 10:34
  • 신문게재 2016-11-14 1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국보 제 101호는 지금 수술중… 지광국사탑 복원 현장을 가다

국보 제101호의 운명은 기구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일본으로, 서울에서 다시 대전으로. 일반적인 국보와는 달리 한곳에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6·25전쟁 당시에는 포탄을 맞아 일부분이 파손되는 아픔도 겪었다. 국보는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머무르며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해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려 석탑 가운데 가장 화려했고 일제도 탐냈던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직접 관람하고 왔다. <편집자 주>

▲일본도 탐냈던 화려한 승탑=11월 청명한 가을 햇살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른 시간 연구원들조차 없는 조용한 이곳.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웅장한 모습이 아닌 승탑 전체가 해체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6·25전쟁 당시 1만2000여 조각이 났던 옥개석, 사리를 넣는 탑신석, 4개의 사자상, 탑의 가장 윗부분인 상륜부까지…. 수술대 위에 놓인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승탑은 '국보의 위엄'만큼은 잃지 않고 있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이규식) 김사덕 사무관은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국사 해린의 사리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승탑이다. 9세기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장식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통일신라 이후의 탑이 8각을 기본형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4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하는 양식이다. 탑신에는 앞뒤로 문짝을 본떠 새겼는데 사리를 모시는 곳임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지붕돌 밑에는 불상과 보살, 봉황을 조각했고 머리장식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층층이 쌓아올렸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이곳은 문화재 수술실=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한마디로 문화재 수술실이다. 문화재의 원형을 지켜내며 손상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적 연구와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2013년 정밀실측 진단에서 석탑 표면 박리와 시멘트 모르타르 보수 부위의 균열 및 이격으로 손상도 평가 최하등급인 'E등급'으로 분류됐다. 또 주변 환경요인으로 인한 변색으로 탑 손상이 가속화됐고 2015년 정밀안전진단과 해체 및 보전작업이 결정됐다. 현재 국보는 33개의 부위로 해체된 상태다.

“작년 경찰차량 8대의 호송을 받으며 무진동 차량으로 국보를 옮겨왔다. 승탑은 올 초에 해체했고, 2019년까지 오염물 세척과 결실부재 모형 및 신석제작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11월 현재 기록화 작업중이다. 해체된 부분을 3D로 촬영하고, 어떤 재료와 어떤 기술로 적용됐는지도 모두 기록된다.”

보존처리 과정은 3D나 레이저 등 상당한 과학기술이 접목돼 있지만,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를 복원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1958년 고 임천 학예사가 당시 최고의 기술력으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59개의 철심과 콘크리트로가 일부 포함되면서 부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향후 제거할 수도 있다고 김사덕 사무관은 설명했다. 시멘트인 모르타르는 원부재의 풍화를 촉진시키는 원인으로 꼽혔다.

“화강석에 조각을 새긴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이다. 화강석에 비해 무른 대리석에 조각을 새기는 유럽의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풍화단계가 꽤 높다. 또 시멘트로 보존 처리된 부분을 제거하고 동일한 부재를 찾아서 복원할 계획이다.”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논란의 사자상은 사실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운 상태다. 학계를 뒤집은 행방논란을 뒤로 하고 사자상은 원형 복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존 후 거취 문제는 '난항'=앞으로 3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보존처리. 문제는 그 후다. 본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와 함께 강원도 원주 법천사에 있었다. 일본과 국내 곳곳으로 오가며 9차례나 이전해야 했던 비운의 국보였다. 국보는 국가소유지만, 원래 창건된 원주 법천사지로 본지환처 돼야 할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귀속돼야 하는가는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원주시에서는 문화재 환처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시민추진위 준비모임이 결성됐고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결정은 문화재위원들의 몫이다. 장기적으로 문화재 관리보존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중론이다. 최후 결정은 복원 작업이 마무리되는 2019년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유산은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 준 그대로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한다' 문화유산헌장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수탈과 9차례 이전, 그리고 포격의 아픔까지. 너무 오랜 시간동안 국보는 홀로 아픔을 견뎌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석조문화재로 꼽히지만 국보 제101호의 긴 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몇 안 될지도 모른다.

이규식 문화재과학보존센터장은 “2019년이 되면 원형의 모습으로 국보가 국민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문화재과학보존센터는 훼손 없이 최고의 기술력으로 보전처리 작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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