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학총장과 국립대병원장 임용 등에 있어서 간선제를 하도록 하고, 무순위로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 이사회 등 간선제를 통해 선발된 후보자 가운데 정부가 자격 검증을 통해 최종 수장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일관성 없는 정부의 후보자 선택에 대해 시각이 곱지 않다. 최순실 국정 개입 사태 이후 정부가 후보자 검증이 아닌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충남대 병원장에 송민호 교수가 내정됐다. 이사회에서 최시환 교수는 7표를, 송민호 교수 2표 등을 얻었다.무순위로 병원장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했지만, 송교수의 낙점으로 병원과 의과대학 내부에서는 결과를 놓고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통상 1순위 후보자에게 신원조회 등을 통해 특별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한 임용을 해주던 과거와 달리 특별한 이유 없이 탈락되면서 임용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충남대 의과대 A교수는 “정부는 무순위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선호도를 알 수 없다고 핑계 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이사회도 내부 의견도 무기력화 시키는 제도라고 본다”며 “임용 결과는 구성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결론이 나야 한다. 시험을 못보고도 면접을 잘봐 대학에 합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임명된 충남대 총장의 경우 무순위 후보자 2명 가운데 내부적으로 2순위로 선발된 오덕성 총장이 최종 총장으로 임명됐다.
총장 선발 당시부터 이어졌던 마찰이 현재는 법정 공방으로 번져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선거 과정의 공정성 여부를 따지는 행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구성원들이 현 총장 임용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대 B교수는 “정부의 입김이 구성원들의 결정보다 더 큰 영향력을 주는 제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가 무순위로 후보자를 추천하라고 하는 자체부터 입김을 넣겠다는 취지인만큼 문제있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의 총장 임용은 총장의 정당성에도 힘을 실을 수 없어 제대로된 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2명을 선출해 놓고도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마디 언급도 없이 정부가 임용을 거부하고 있는 공주대의 혼란은 더욱 큰 상황이다. 오랜시간 정부가 소위 ‘갑질’을 하면서 총장 공백사태는 33개월을 넘어섰고, 학사운영과 총장 결정권이 필요한 정책들의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공주대 관계자는 “정부가 남의 일처럼 총장 임용을 미루면서 학교의 장기간 파행과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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