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ㆍ고령 운전자, 안전수칙 준수해야”
최근 직접적인 접촉 없이 사고를 유발하는 ‘비접촉 교통사고’가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초보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들의 경우, 고속도로 등에서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경찰 및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 32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3차로로 주행하던 관광버스가 앞서가던 차량을 피하다 옆으로 넘어지면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승용차가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들면서, 이를 피하려고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핸들을 급하게 틀면서 발생했다.
경찰은 승용차 운전자 A씨(76)가 차로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법원은 A씨를 구속했다. 대전지법은 지난 9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고는 버스의 단독 사고로 지나칠 수 있었지만,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등을 통해 A씨의 차량이 사고를 일부 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고의 경우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뺑소니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다른 유사 사고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 수원에서도 전방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자 1.4t 트럭이 이를 피하려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해 트럭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가해 운전자인 B씨(43)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차량(뺑소니)으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월 부천시의 한 사거리에서도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택시를 피하려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넘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다. 신호가 바꿔 직진하던 오토바이는 택시를 보고 급제동을 하면서 넘어졌고, 택시 운전자는 현장을 벗어났다가 뒤늦게 붙잡혔다.
이들 사고는 최근에 있었던 관광버스 사고와 마찬가지로 모두 직접적인 접촉 없이 발생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들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사고를 유발한 게 아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벗어났으나,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해 뒤늦게 검거됐다.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차량은 피해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면 최대 무기징역 형에 처해질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 사고는 본인이 몰랐다고 진술해도 수사과정에서 블랙박스나 CCTV 등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될 경우 거짓으로 판단돼 더욱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사고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이 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찰의 현장 단속 등을 통한 과감한 법 집행도 동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반드시 단속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운전자들이 위반하지 않는다”며 “집중단속 등을 통해 ‘처벌 확실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경험이 부족한 초보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들의 경우, 운전시 상황인지 및 예측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속도로 등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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