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측 설계비 지불 문제도 남아 있어
대전시가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놓고 민자 유치에서 재정사업으로 바꾸면서 예산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려면 지역발전특별회계 활용과 함께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 투자는 접겠다”며 “민간 자본의 투자가 어려워진 만큼 단계적으로 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 자체 예산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권 시장은 다른 사업을 하기에도 부족한 재정이지만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 예산 마련을 위해 긴축 재정을 통한 예산 확보와 지역발전특별회계 활용, 지방채 발용 등 다양한 방안을 혼합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7~8년 내에 사업을 완료하겠다는게 목표다.
권 시장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조만간 재정 사업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재면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재정 사업으로 하면 상당 시일이 필요하지만 추진 방식이 달라진 만큼, 다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원을 마련키 위한 방식은 저마다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긴축 재정이나 지역발전특별회계의 활용은 그만큼 다른 사업에 투입돼야할 예산의 축소를 의미한다.
당장, 시의 재정 상황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엑스포 재창조 사업 등 산적한 사안을 고려하면 녹록치 않다. 320억원 가량의 지역발전특별회계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금액은 소규모 주민 밀착형 사업에 우선 활용되기에 전부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에 투입할 수 없다. 올해만도 문화시설 확충과 주차환경 개선, 전통시장 개선 등 46건의 사업에 쓰이고 있다.
지방채 발행은 수입 대비 예산 부족에 궁여지책으로 빚을 낸다는 것을 일컫는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시로서는 해결책이라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셈이다.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시의회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공공사업인 만큼, 지방채 방식으로 추진돼야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민간 투자를 제안하면서 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측이 소요한 비용, 이른바 선 투자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설계비 등을 시가 지불해야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려운 상황으로, 시는 제도적 성격을 검토 후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시로서는 예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설계비 등 컨소시엄 측에서 부담한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될 지는 아직 모른다”며 “사업 추진 방식이 변경된 것에 따른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다뤄지게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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