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커피를 마시는 이른바 '혼족(혼자 즐기는 사람)'은 잠시 스쳐가는 트렌드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뿌리 내린 생활문화다. 하지만 외톨이, 아웃사이더 등 부정적인 말로 혼족을 무시하지 말지어다. 혼족의 힘은 세다. 불과 몇 년 사이 유통계에는 혼족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는 대표적인 혼족 아이템을 모아봤다.
▲1만 원짜리 도시락, 때때론 럭셔리하게=기타리스트 김도균은 편의점 VVIP로 유명하다. 편의점 한곳을 이용하며 모은 마일리지가 무려 90만원. 9000만원을 써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싱글인 김도균은 모든 식사를 편의점을 이용할 정도로 소문난 편의점 마니아이자, 혼밥족이다.
편의점은 유통업계의 가장 핫한 트렌드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최근 일어난 도시락 열풍을 보면 알 수 있다. GS25편의점은 지난 7월 1만 원짜리 프리미엄 장어도시락을 선보였다.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때때로 럭셔리함도 충분히 즐긴다는 점이다. 장어도시락은 혼족의 성향을 정확하게 겨냥했고, 출시 일주일 만에 예약 주문 도시락 1위에 올랐다. 편의점을 낯설어하는 중년층까지 사로잡으며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톡톡히 판매율을 높였다. 예약주문 된 물량만 만들고, 편의점도시락이라는 편견을 깬 알찬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어도시락을 맛본 혼밥족은 '1만원이 아깝지 않다'며 재구매에 한 표를 던졌다.
프리미엄 도시락 이외에도 혼족과 직장인, 학생이 평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일반 도시락, 국밥류, 라면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편의점 CU의 경우 올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작년에 비해 3배, 세븐일레븐은 2.54배 수준 성장했다.
▲만두가 변했다, 든든한 한 끼=한때 만두가 천대받던 시기가 있었다. 2004년 쓰레기만두 파동. 2016년 만두도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냉동만두 시장은 2399억 원 규모로 커졌다. 작년보다 13.3% 늘어났다.
든든한 한 끼, 간편한 조리는 혼밥족에게는 기본이다.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끝. 쉽게 조리되는 편리함은 혼족들에게는 최상의 아이템인 셈이다.
또 쓰레기만두라는 오명을 벗고 엄선된 재료와 맛 구현을 이뤄낸 식품업계의 쾌거이기도 하다. 만두시장 1위인 '비비고 왕교자'는 국내시장의 열풍을 유럽에서 이어가겠다며 최근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청탁금지법이 만든 새로운 홈술=8월 연합뉴스TV에 따르면 혼술, 혼밥족이 늘면서 편의점은 매출이 늘었지만 술집은 줄줄이 폐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퇴근 후 편한 복장, TV를 뒷배경으로 맥주캔을 들고 있는 이 모습. SNS(사회관계망네트워크서비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게시물이다. 시끄럽고 번잡한 술집에서 벗어나 집에서 즐기는 혼술타임. 예능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면서 두배 이상 즐기기 위해서는 혼술은 필수요소다.
또 최근 청탁금지법으로 외식문화가 사라지고 '홈술(집에서 먹는 술)'이 대세가 되면서 편의점은 수입맥주를 묶음으로 판매하고, 대형유통마트는 맞불작전으로 세계 각국의 맥주를 선보이며 혼술족의 저녁을 살찌우고 있다.
수입맥주 매출 성장세는 주목할만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2011년 5844만 달러에서 2015년 1억4168만 달러로 대폭 성장했다. 또 최근 국내산 맥주 출고가가 인상되면서 수입맥주를 구입하는 소비층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술과 혼밥족의 트렌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혼족을 겨냥하는 새로운 아이템이 유통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tvN드라마 '혼술남녀'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종영했다. 고시생이든, 스타강사든 지친 하루의 끝에 마주하는 한잔. 모든 것을 말끔하게 잊게 하는 짜릿한 그 맛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하루를 마무리 했다는 안도감으로 한 모금, 내일을 위한 에너지 충전 한 모금.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는 홀로 있을 빛난다.
세상의 모든 혼족, 혼밥, 혼술족에게 치얼스~.
이해미 기자 ham7239@
●혼족이라면 챙겨야 할 필수 아이템
-맥주거품제조기: 맥주캔에 제조기를 장착하면 생맥주전문점에서 마시듯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미니화로: 꼬치부터 구이, 스테이크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1인 아이템이다.
-미니가전: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대용량이 아닌 소형가구로 제작돼 출시되고 있다. 토스트기, 핸디형 청소기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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