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공사 당시 인근 건물주 반발로 설치 무산
지난해 1월 대전도시철도 용문역 6번 출구를 내려가던 김모(77)씨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전날 밤 내린 눈과 비가 얼어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는 계단이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눈비 가림막이 없는 해당 출구는 다른 역사 출구보다 축축하고 미끄러운 구간이 많았던 것. 김씨는 천천히 한발 한발을 내딛어 역사로 들어갔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이후부터 김씨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 그날의 불안함을 떠올리게 됐다.
눈비 가림막이 없는 대전 도시철도 일부 역사 출구가 겨울철 시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쌓인 눈이 얼어 매년 겨울 골절상과 찰과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겨울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8일 오전 대전 도시철도 1호선 용문역 7번 출구. 용문역네거리로 뻗은 여러 출구와 달리 역사로 들어가는 계단 위가 휑하게 뚫려 있다. 초록색이나 투명한 플라스틱 돔 모양으로 된 가림막이 설치돼 있는 출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길 건너에 있는 6번 출구와 2번 출구도 마찬가지로 눈비 가림막이 없었다. 건물에 둘러싸여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이곳은 겨울철 눈이 오면 쉽게 녹지 않는 곳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오룡역 3번 출구도 마찬가지다.
특정 출구에만 눈비 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앞서 2006년 대전도시철도 1호선 건설 당시부터다. 인근 건축주가 상가 간판이 가려진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설계 당시 계획에 있던 가림막 설치가 무산된 것.
10년째 매년 겨울 출구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역무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을 뿌리고 눈을 쓸고 있지만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어 버리는 눈까지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용문역 한 역무원은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노약자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실제로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엘리베이터도 한 대밖에 없어서 눈이 오는 날이면 모든 직원이 바짝 긴장을 한다”고 토로했다.
대전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인근 건물주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간판과 건물이 가려진다는 이유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눈비가 오는 날에는 역무원이 제설작업과 미끄럼 방지 깔판을 까는 등 안전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고 시민 안전과 편의를 위해 계단이 미끄럽지 않도록 하는 포장 작업을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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