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비공개 면담 경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박모 전무와 이모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7월 진행된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비공개 면담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공식 행사 때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사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사 당일과 이튿날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불러 미르·K스포츠 출연을 주문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공개 면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박 전무 등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은 청와대가 직접 마련한 자리로 보여 전경련 차원에서는 행사 개최 여부 등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앞서 모금 작업을 총괄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안종범 수석이 모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비공개 면담에 참여한 대기업 총수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석 경위, 당시 발언 등을 조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순실씨의 통화 내용이 녹음된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 전 비서관 주거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 1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에서 최씨와 통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해, 최씨가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 녹음파일에 최씨가 지난해 11월 열린 국무회의에 관여한 내용과,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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