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에서 시운행 대기중인 SRT. |
#낮 12시48분. SRT(수서고속열차)가 국내 최장, 세계 3번째 장대터널인 율현터널(50.7km)로 재빠르게 진입한다. 고속열차지만 속도감에 비해 소음도 흔들림도 적다. 까만 어둠속에서 13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동탄역. 수서역이 강남과 전국을 잇는 새로운 철도 허브라면 동탄역은 국내 최초로 지하(70m)에 건설된 고속철도 역사다. 향후 광역급행철도(GTX)가 연결돼 서울 남부 경제중심지로 변화를 예고하는 곳이다.
SRT(수서고속열차 (주)SR 대표 김복환)는 12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10월까지 시설물검증시험을 마쳤고 지난 1일부터는 영업시운전중이다.
SRT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과 강동권 및 경기지역 일대로 고속철도 수혜지역이 확대된다. 기존 서울역과 용산, 영등포역은 강남에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SRT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경부고속도로 등 도로정체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서고속철도의 등장으로 ‘철도경쟁시대’도 열렸다. 그동안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독자적으로 열차를 운영해왔지만 민간업체인 ‘SR’이 출범하면서 철도서비스 비교경쟁의 막이 오르게 됐다. 코레일과 SR은 서비스 향상 평준화를 국민은 편익증대를 누리게 됐다.
▲SRT내부는 메인색상인 버건디 칼라 시트로 되어 있다. 좌석간격을 넓혀 편리함을 높였다. |
▲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SRT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주)SR 관계자는 “수서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전국의 X자형 고속철도망이 완성된다. 고속철도 병목구간 해소 및 수도권 시종착역 분산으로 고속철도 열차 운영이 더욱 안정적이고 다양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수서고속열차는 ‘안전’ 부문에도 완벽을 기했다. 동탄역은 고속철도 최초의 승강장 안전문(PSD)을 설치했다. 장대터널에서 발생하는 풍압과 소음을 막아준다. 열차와 PSD 간격을 2m로 넓혀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줄였다. 승객안전과 공기질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설비다. 율현터널에는 최첨단 운행제어와 대피시설도 구축돼 있다. 총 연장 52.3km 구간에 대피가능 통로 20개소를 만들었고 화재시 대피가능 시간은 최소 3분에서 20분대다.
SRT의 장점인 넓은 좌석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슬림핏 시트를 적용해 앞뒤 좌석간격이 960mm, 특실은 1060mm다. 또 전좌석에 콘센트를 설치했고 객실당 AP포트를 2대씩 설치해 무선인터넷 용량도 확대했다. 4호차는 사회적 약자 배려칸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좌석에 앉아보니, 머리부터 허리, 엉덩이까지 착용감이 뛰어났다. 또 앞좌석까지 다리를 충분히 뻗을 수 있어서 좁은 KTX의 좌석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10분 더 빠르고 10% 저렴’한 SRT 개통은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수서고속철도 출발지인 수서역은 서울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이 연결돼 있다. 전국 최초로 지하철에서 나와 바로 고속열차로 탑승이 가능하다. 최대 인구가 몰려 있는 강남권에서 폭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교통혁명이다.
10년 전 KTX가 개통했을 당시에도 고속열차와 지역간 이동시간 단축에 대한 놀라움을 몸소 체험했고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10년 뒤 우리는 SRT를 통해 그때의 희열과 놀라움을 재현하게 됐다.
#오후 1시15분. 정부대전청사 기자단을 태운 SRT는 동탄역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대전으로 출발했다. 평일이지만 고속도로는 꽉 막혀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SRT는 260km 이상 최고의 속력으로 철길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낯선 풍경들이 지나가고 찰나의 순간, 우리는 대전에 도착해 있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서울 남부와 전국을 잇는 허브철도역사인 수서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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