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위기 수습 이후 물러나겠다” 퇴진거부 이장우 “김무성 자중해야”
친박-비박 총리인준·특검법 협상 충돌 불가피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인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집권여당이 난파직전에 몰렸다.
새누리당 내에서 그동안 암묵적으로 금기시돼왔던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발언과 탈당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계(비박근혜)는 이같이 주장하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친박계(친박근혜)가 이들을 강력히 비판하며 지도부 사퇴촉구까지 거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만간,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특검법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탈당과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면서 “대통령은 당의 제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 상황은 국정 위기가 아니라 국정 붕괴로 참담한 심정이며 박 대통령은 즉시 총리추천권을 국회로 넘기고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여의도 정가에선 그동안 비박계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친박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비박계로 지도부에 속해 있는 강석호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회견 직전 최고위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SNS에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이 적극 개입한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관련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 하야에 준하는 2선 후퇴를 단행해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도부 사퇴촉구를 거듭 거절하면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비박계가 당내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저에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재창당 수준으로 변화시키고 국정 공백 최소화와 국정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사퇴촉구를 거절했다.
이장우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무성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표도 구국충정의 마음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일련의 언행이나 처신을 보면 집권 여당 대표를 역임한 원로이자 대권 후보군인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시고 자숙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이것이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분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지 책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향후 양측의 파열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판단된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내각 총리 인준, 특검법 협상 등을 놓고 일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일각에선 당내 계파 갈등이 분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강제일·황명수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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