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국 금산거북이한의원장·한의학박사 |
봄, 가을이 되면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의 증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내원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교과서적인 알레르기 비염의 분류는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계절성 비염과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통년성 비염으로 나뉜다.
꽃가루, 잡초, 기온변화 등이 계절성의 원인이고, 진드기, 동물의 털, 비듬, 먼지, 담배, 식품 등이 통년성의 원인물질이다.
콧물은 항체와 여러 효소가 다량으로 함유된 분비물로 세균, 바이러스 및 항원들을 분해하고 씻어내기 위해 분비된다.
정상적으로는 하루 1리터 정도가 분비되어야 축축한 가운데 코의 습도를 유지하여 이물질을 방어할 수 있다.
재채기는 횡격막과 가슴 목 등의 호흡기 근육의 갑작스러운 수축으로 일어나며 180km/h의 빠른 속도로 이물질을 배출한다.
아울러 코, 눈의 가려움은 히스타민의 분비로 이물질을 긁어내어 점막에서 제거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이다.
콧물, 재채기, 소양감(가려움)이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內經編) 진액문(津液門)을 보면 콧물은 비체(鼻涕)라 하여 뇌수(腦髓)에서 기원하는 맑은 액이며 폐에 병사가 침입하면 콧물이 흐른다고 했다.
묽은 콧물이 흐르는건 찬바람에 상한 증상이며, 폐가 냉한 경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문(鼻門)에서 재채기는 비체(鼻涕)라 하여 폐의 병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봤으며 콧 속이 가려워 기(氣)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면역학적으로는 4가지 형태로 알레르기 반응을 분류하는데 천식이나 비염의 경우는 IgE항체가 주체가 되는 즉시형 과민반응에 속한다.
먼지, 꽃가루 등의 항원에 인체가 노출되면 체내에서는 IgE 항체의 방출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때 여러 가지 면역세포들의 반응으로 히스타민(histamine)을 자극하여 콧물의 분비와 가려움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염증반응의 기전을 억제하기 위해 그동안 국소 스테로이드제로 면역과정을 차단하는 방법을 썼고 히스타민의 분비를 막는 항생제(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방법만으론 비염의 증상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찬바람에 노출되어 맑은 콧물이 흐르는 경우이다. 저온자극으로 체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몸을 덥혀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물(점액)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때 코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어 콧물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IgE 항체가 매개된 면역반응 없이도 콧물이 분비되는 기전이 있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히스타민을 일정 정도 이상 항진반응을 시키면 그 안에 IgE 항체의 과민반응이 위축이 되며, 후일 다시 알레르기 항원의 자극이 있더라도 IgE 항체의 과민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음을 보였다.
즉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통해 면역반응 자체를 억제하기보단 체내 항상성의 기전으로 일정 정도의 면역반응을 거쳐야 증상이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의학적으로 보아 재채기와 긁는 행위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 즉 사기(邪氣)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이고, 콧물의 분비는 이를 씻어내고 체온을 덥혀서 몸 안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여 보호하려는 정기(正氣)의 노력인 것이다.
하지만 콧물이 정상적인 면역과 체온유지의 생리적 기능을 못하고 병리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수독(水毒)이 된다.
콧물이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배출되지 못하고 비강 및 흉부에 고이게 되면 음(飮)이 되고, 스트레스나 염증의 노출로 끈적거리고 탁해지게 되면 담(痰)이 된다.
수액 대사의 비정상적인 병리물질인 담음(痰飮)의 제거가 한의학적 비염 치료의 핵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위 소화기의 운화기능을 강화하여 수액대사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야 담음을 제거할 수가 있다.
흔히 보기약(補氣藥)으로 알려진 백출, 인삼, 황기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덥히고 수액 대사를 개선시켜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풍한(風寒), 풍열(風熱) 등의 한의학적 병리인자를 파악해야 하며, 환자의 체질이나 몸의 허실(虛實)에 따라 처방을 운용해야 하니 전문적인 한의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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