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제로 방사선' 시술로 심장을 조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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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제로 방사선' 시술로 심장을 조율하다

부정맥 분야 선두주자, 최민석 유성선병원 심장부정맥센터 소장 이야기

  • 승인 2016-11-07 13:08
  • 신문게재 2016-11-08 11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 유성선병원 심상부정맥센터에서 최민석 소장이 부정맥 환자를 시술하고 있다.
▲ 유성선병원 심상부정맥센터에서 최민석 소장이 부정맥 환자를 시술하고 있다.
“심장이 라디오라면, 저는 전파사의 주인이라 할수 있죠.”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정상맥을 가진 사람의 심장은 1분에 60번에서 100번을 뛴다. 보통은 70번 내외로 수축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이런 정상맥이 아닌 맥을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은 크게 서맥, 빈맥, 심방세동으로 나뉜다.

맥박이 너무 느린 서맥은 어지럼증, 피곤함, 기운이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의 심장에는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와 변전소가 있는데, 이것이 고장 나면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만들어진 전기를 전달하지 못해 장애가 생기면 서맥이 발생한다. 서맥은 전기를 만들어주는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해야 한다.

반대로 빈맥은 맥이 1분에 100회 이상인 경우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빈맥의 종류에 따라 약물치료와 고주파시술치료법, 제세동기 삽입과 같은 방법으로 치료한다.

또 빈맥 중에서도 가슴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도 있다. 심방세동은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증가추세다.

이런 부정맥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과 시술이 필수적이다. 스포츠 종목의 양궁에 비교하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쏴야만 한다.

하지만, 부정맥은 어려워서 의사들이 꺼리는 분야 중 하나다. 부정맥 환자를 보기 위해선 우선 내과를 전공한 뒤 심장내과를 배우고 다시 부정맥 내과를 전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정맥 진단·치료에 있어 1987년 전기생리학 검사를 처음 도입한 이래 국내에서 전기생리학검사를 할 수 있는 전문의는 현재 40여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어려운 학문이지만 꼭 필요한 환자를 위해 그 길을 걷는 의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최민석<사진> 유성선병원 심장부정맥센터 소장이다.

최 소장은 부정맥을 진단·치료하는 전기생리학검사를 2800회 달성했다. 전기생리학검사는 지름 2㎜ 정도의 전극도자 여러 개를 정맥이나 동맥을 통해 심장 안에 넣어 심전도를 알아보거나 치료하는 방법이다.

최 소장은 또 빈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를 찾아 고주파 열로 부정맥 원인을 제거하는 시술인 전극도자절제술을 중부권 최초로 2000회를 돌파했다.

최 소장은 “전자레인지에서 높은 주파수가 나와 음식을 데우는 것처럼 고주파를 쏘여 납땜해 이상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달 20명 정도의 부정맥 환자를 시술한다. 낮은 수준까지 합치면 1년에 500명가량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전공을 많이 안 하는 이유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며 “전기 현상을 관찰하기 때문에 일반 의학하고 동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내과, 심장내과, 부정맥내과 전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 소장은 국내 최초 '제로 방사선' 심장 부정맥 시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부정맥 중에서도 심장 윗부분인 심방에서 발생하는 심방세동 등 부정맥 환자에게 '엑스레이'를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만으로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것. 현재 최 소장의 제로 방사선 시술 환자는 97명(1일 현재)으로 곧 1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로 방사선'을 구현한 의사는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들은 심방세동 시술시간 평균 3시간 30분 중 1시간 정도를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의료행위에서 가능하면 방사선 노출을 줄이자는게 추세이자 지향점”이라며 “엑스레이 없이 초음파만으로 부정맥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면 임산부나 어린이, 노약자 등에게 적합한 시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로 방사선' 시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던 경험도 소개했다. 일본에 그 방법을 쓰는 의사가 딱 1명 있다는 것을 듣고 수소문 끝에 방사선 없이 초음파로 시술하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최 소장은 “'제로 방사선'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테크닉이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 게임기를 다루듯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제로 방사선'은 유일한데 다른 사람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정맥 분야는 배움과 노력 없인 살아남기 힘든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나오기 때문.

최 소장은 “부정맥 카페를 통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의사 중에서도 저한테 시술받은 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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