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만에 935건…시민ㆍ상인 “원도심 활성화 맞나” 비난
지난달 30일 일요일 오후 대전 동구 중동을 찾은 김모(36)씨는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 오랜만에 원도심으로 가족나들이를 나갔던 김씨가 밥을 먹고 나와 보니 불법주정차로 적발됐다는 알림이 자동차 앞유리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단골집에 휴일 나들이를 나갔던 김씨는 당혹스러웠다. 일요일까지 단속을 할지도 몰랐을 뿐더러 골목을 몇 바퀴나 돌아도 주차할 곳이 없었기 때문. 공영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원도심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일요일까지 주차단속을 하는 건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옛 추억에 자주 찾는 곳인데 앞으론 발길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가 지난 6월부터 주말에도 불법주정차 단속을 실시하면서 원도심 활성화 정책과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동구에 따르면 구는 중동 중동 한의약ㆍ인쇄거리, 용전동 복합터미널 일대, 정동 대전역전 3곳에서 도보 단속 요원을 통한 일요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6월부터 지난달까지 이곳에서 적발한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 1915건 중 중동 한의약, 인쇄거리에서 적발한 것만 935건에 달한다.
오래된 상가가 많은 이곳은 원도심의 향기가 짙게 밴 곳이지만 원도심 전체가 침체되면서 함께 쇠락을 걷고 있다.
자치구에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인도 재생사업 등을 펼치며 부흥에 힘을 쏟는 한편 이 같은 정책으로 활성화 취지를 반감시키고 있다. 인접한 중구 원도심에선 주말에 단속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단속으로 인근 상인도 불만을 토로했다. 공영주차장이 비공식적으로 주말 무료개방을 하면서 주말 장기 주차 차량이 늘어나 정작 상가를 찾는 이들이 주차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의약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인근 상인들 사이에선 3년에 걸쳐 실시한 인도 공사 사업비를 주차단속 과태료로 벌고도 남았을 거란 얘기가 있다”며 “주말에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해 장기 주차를 막고 과도한 과태료 부과보단 계도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전 동구 교통과 관계자는 “한의약거리 재생사업을 통해 인도를 넓혀놨는데 인도에 주차하는 건수가 늘어나면서 보행자가 불편해지고 인도 파손이 우려돼 주정차단속을 실시하게 됐다”며 “초반에는 적발 건수가 많았는데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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