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권력 청와대→국회 이양 대통령 손 떼야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 해법으로 부상한 거국중립내각 형식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 추천 국무총리가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이어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것이 먼저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일 “거국중립내각의 전제는 여야가 책임감을 갖고 총리와 장관을 추천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과연 야당이 그런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중진의원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국내각에 대해서는 여야가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나는 책임총리를 잘하면 그게 거국내각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새누리당은 여야간 협의로 국무총리를 대통령에 추천하고, 신임 총리가 ‘행정 각부 통할’(86조 2항), ‘국무위원 제청 및 해임건의’(87조 1항·3항) 등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면 거국중립내각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가 위기라고 헌법을 까뭉갤 수는 없다”면서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여야가 협치할 수밖에 없다는 고심 끝에 나온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의 생각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사실상 권력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넘기는 것이 바람지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 파문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으로 스스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 의총에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서 어떻게 수사의 실마리를 찾겠나”라며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께 석고대죄하고서 ‘나부터 조사하라고 선언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며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자신의 SNS에서 “현실 가능한 해법으로 제가 내놓은 대안은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할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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