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적금 중도해약 비율 45.2%… 보험해약도 증가
저금리 기조·경제불황 탓… 내년 가계부채 1500조 전망
#. 대전 관평동에 사는 회사원 정모(42)씨는 5년 동안 매월 100만원씩 모은 적금을 깼다. 주택 대출 원금 상환 기간은 다가오는데, 도무지 갚을 여력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300만원 가량 되는 정모씨의 월급에서 대출 이자와 자녀들 학비를 제외하면 빠듯한 살림살이었다. 정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으로 대출을 받으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보니, 손해인 것을 알면서도 적금을 깰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 적금의 중도 해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IBK기업·NH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지난달까지 45.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42.6%)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달까지 전체 해지 건수가 573만 8000건이었고, 이 가운데 중도 해지 건수가 259만 2000건이다. 작년에는 전체 해지 건수가 777만건, 중도해지 건수가 331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질 때 보험을 가장 먼저 해약하고 이후 펀드 납입 중단, 적금 해약 순으로 금융자산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해약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상반기까지 41개 생명·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14조 7300억원에 달했다. 보험 해지환급금 규모는 2014년 26조 2000억원, 지난해 28조 3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 22조 9000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에 이어 적금까지 중도 해약하는 것은 저금리 기조와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원으로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123조원 늘었다. 내년 말에는 15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계 신용대출 중 생활비와 부채상환을 위한 대출 비중은 2012년 40.1%에서 지난해 43%로 증가했다.
지역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고정적으로 저축을 하기 어려워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갈수록 은행 이자도 떨어져 펀드 등 재테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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