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정국 블랙홀 작용하는 가운데
충청 잠룡들 정중동 행보 이어가면서 존재감 부각, 내공 쌓기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정국을 삼켜버린 가운데 대권을 꿈꾸는 충청 잠룡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과 시선이 ‘최순실 파문’에 쏠리면서 자신들의 대권 행보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충청 잠룡들은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정중동 행보’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선 레이스를 대비해 내공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먼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동시에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등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열린 늘푸른한국당(가칭) 대전시당 창당대회 축사를 통해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는 대통령이 오만하게 국민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국회가 진정으로 개헌을 희망하다면 최소한 두 가지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며 “권력비리에 대한 엄격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서민가계 안정화 정책 마련을 위한 경제원탁회의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중도정당을 표방하는 늘푸른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는 한편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동반성장연구소 대전지소를 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말엔 출판 기념회도 계획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친박계 중진임에도 최순실 파문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해 소신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는 것은 한 마디로 정치권이 담합해서 권력을 나눠 갖자는 것이고 이는 국민을 무시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며 “거국중립내각의 실상은 중구난방, 좌충우돌의 ‘혼란’과 ‘무결정’ 내각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권 행보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 일부 광역단체장들을 “대통령 병에 걸렸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책 행보도 이어간다. 오는 2일과 3일 유창수 최고위원이 주최하는 ‘미국대선 관전포인트’ 토론회와 자신의 전문분야기도 한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강점으로 평가받는 지자체장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정책인 ‘3농혁신’의 국제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 ‘동아시아 지방정부 3농포럼’에 참석 중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충남지사직을 수행하며 느낀 점을 담은 책 ‘콜라보네이션’을 통해 대중과의 간접적 교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켜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측은 최순실 논란으로 생각이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잠재적 범여권 후보로 분류된데다 그동안 친박계가 ‘반기문 대망론’을 띄어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의 연대설, 제3지대로의 이동 등 관측이 무성하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최순실 비선 실세 논란으로 잠룡들의 행보가 대중의 관심에서 묻히고 있지만 저마다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이라며 “정국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자신의 색깔에 맞춘 민생·정책행보를 이어가며 내공을 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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