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친박무늬 벗나 고민 야권은 대형호재 희색
여권 분당, 보수층 결집, 합종연횡 등 갖가지 변수도
헌정사상 유례없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선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여야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오다 정국을 뒤흔든 이번 사건으로 여권 후보에는 불리, 야권엔 유리한 ‘여약야강’(與弱野强) 판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대선까지 여권 분당(分黨) 또는 보수층 결집, 야권 후보간 연대 등 곳곳에 변수도 많아 여야 힘의 균형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급추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31일 발표한 10월 4주차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19.0%로 4주연속 하락세다. 여권 유력후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새누리당 상황도 마찬가지다.
반 총장은 지난주보다 1.3%p 낮은 20.9%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20.3%)와 0.6%p차로 좁혀졌다. 새누리당 역시 전주에 비해 3.9%p 하락한 25.7%로 더불어민주당(31.2%)에 추월당했다.
반 총장의 지지율 추락은 그동안 여권 가운데에서도 친박계 영입1순위였던 만큼 예견된 결과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귀국을 앞둔 반 총장의 선택은 강력한 후보가 버틴 더민주행을 뺀 두 갈래로 보인다.
‘친박 후보’ 굴레를 벗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이끄는 제3지대에 안착할지 아니면 여권 내 비박계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하지만, 친박계와 결별은 기존 지지층 단절로 이어진다는 부담이 커 반 총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반면 야권은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형 호재를 만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대북 결재’ 논란으로 코너에 몰렸지만, ‘럭키펀치’를 날리며 여당과 공수교대한 모양새다.
대여 총공세 중인 야권 진영에선 문 전 대표뿐 아니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지지율이 상승세다.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도 꾸준히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 요구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이 먼저”라며 선을 긋도 나선 것도 현재의 공세입장을 그대로 가져가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수습국면을 맞을 때에도 여당보다 우위를 보일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현재의 인기가 야권 국가경영 비전제시 등으로 얻은 것이 아닌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여권 추락에 기댄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선까지 갖가지 변수로 현재의 ‘여약야강’ 판세는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친박-비박 갈등에 따른 새누리당의 분당과 ‘반기문-안철수’ 연대,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의 유동성, 총리를 역임한 정운찬-이완구 충청권 두 인사의 행보 등이 대선가도에 돌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문재인-안철수’ 등 현재의 3자구도가 다자간 구도로 확대될 수도 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시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와 개헌추진 여부도 관심이다.
여의도 정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권 구도가 한치 앞도 예단할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여야와 잠룡의 경쟁이 뜨거울 것”이라고 촌평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