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업 강제 정비, 축제·행사 예산까지도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생활자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7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내놓은 입장이다.
주민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한 생활자치를 실천할 때 지방자치의 실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지자체가 해야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재정의 누수·낭비를 방지하자는 취지라고는 하나, 중앙정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지자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복지 등 사회보장사업이다.
올해 충청권 4개 시·도의 복지사업 예산은 235억 700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104억 5700만원 감소한 것으로, 삭감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중앙정부의 사업과 유사하다며 각 지자체의 사업을 정비하라고 한 탓이다.
대전은 1억 3700만원이 줄어든 가운데 시의 영유아보육센터 운영과 차상위계층 교육급여 및 월동비 지원, 동구의 한부모가정 입학축하금 지원 등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종은 사회활동 장려금과 장애수당 추가지원, 청소년공부방 운영 등 10억 7900만원이, 충남은 도의 대체교사 인건비 지원과 독거노인 주거환경개선 사업 및 금산군의 노인생활증진, 당진·보령시의 장수수당 지원 등에서 46억 2500만원이 빠졌다.
이런 삭감된 복지예산을 두고 생활밀착형이고 긴급 구호 성격이어도 복지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지자체를 압박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부는 ‘권고’ 였다는 입장이나, 정비 실적을 지자체 평가에 반영하거나 기초연금 관련 국가부담금 감액 조치 등 사실상의 강제 이행이나 다름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서도 지난해 8월 11일 지자체별로 실시하는 자체 사회보장사업 5819개 가운데 1496개가 유사·중복사업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을 의결, 각 부처로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가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보육교사 지원 등의 국가예산은 늘리지 않은 채 복지사업 부담을 지자체로 전가하며 지자체 차원의 노력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여는 행사·축제에도 손을 대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각 지자체로 내려보낸 내년도 예산편성 운영기준에는 총액한도제가 포함돼 있다. 행사와 축제 예산 수준을 지난해 수준에서 원칙적으로 동결시킨 것이다.
이런 지침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문화 향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민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처사이며, 다양한 정보와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지자체의 계획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단체장들의 사업이 중앙과 중복·유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단체장들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협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축제의 경우도, 무조건 낭비로 볼 것이 아니라 지방 특색에 맞는 축제에 대해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의 역할을 하고 세세하고 되고 안되고의 문제까지 거론,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