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는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그게 비단 예산 지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과 인적 지원을 함께 갖춰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냉혹한 시장에 내놓아 판매가 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초기부터 정제될 수는 없다. 개인이나 소수의 구성원으로 조직된 팀이 내놓는 제품이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종의 마중물 개념의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복합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그 첫 과정이 바로 창업 캠프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비즈니스모델 구현을 비롯해 자금확보 정책, 마케팅 등에 대한 사업화 과정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받고 경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 2016 서원대 린스타트업 스마트창작터를 통해 대전을 비롯해 충남북, 경기지역 예비창업자와 창업자들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
창업진흥원이 주최하고 지역별 대학과 창업관련 기관 등이 주관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2016 린스타트업 스마트 창작터'는 올해 전국적으로 창업 열풍을 이끌었던 주요 창업캠프 중 하나다.
1차 선정팀은 최소기능제품(MVP)제작을 진행할 수 있으며 2차 최종선정팀에게는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의 창업지원금이 지원된 창업캠프다. 린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고객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MVP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충청권 지역에서 린스타트업 스마트창작터 주관기업 중 한곳으로 선정된 청주 소재 서원대 창업보육센터에는 대전을 비롯해 충남·북, 수도권 지역의 예비창업자와 창업자들이 한데 모였다.
대학생과 일반 예비창업자와 3년 미만 창업자들이 함께 경쟁하면서 상호 MVP 제작이라는 과제를 향해 더욱 정제된 사업안을 꾸려나갔다.
MVP는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찾는 게 핵심이다.
스마트 창작터 창업캠프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비롯해 오프라인 교육 등을 병행하면서 실제 간단한 키트를 통해 자신만의 제품 가안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한다.
3D 프린터 교육과 함께 스케치업 등 간단한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린스타트업 개념은 'Fail fast, Succeed faster(빨리 실패해보면, 더 빨리 성공한다)'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보다는 최소한의 자금을 들여 최소기능만을 제공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본 뒤 제품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희만 서원대 린스타트업 스마트창작터 사업단장은 “창업을 위해서는 우선 세상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가다듬어야 한다”며 “시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고객에게 필요한 지를 충분히 살펴봐야 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이끌어가는 멘토링과 BM 캠버스
창업을 향한 열정은 기술적인 한계, 비즈니스 모델 발굴의 한계, 마케팅의 한계, 프레젠테이션의 한계 등 다양한 벽에 부딪혀 금세 사그라들 수 있다.
소위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은 사업안'은 사업화전략을 펴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추상적인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예비창업자와 초기창업자에겐 자신들의 사업화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을 실제 사업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절실하다.
서원대 스마트창작터에서도 멘토로 참여한 김성일 비즈니케이션 대표는 “사업화 아이디어는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이 시장에서 확실하게 해결될 수 있어야만 실제 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어떠한 가치를 얻어 갈 수 있으며 왜 돈을 주고 해당 제품을 사야만 하는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최소기능을 갖춰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지난 8월께 3일간 카이스트 창업원이 기회를 마련한 린스타트업 캠프 역시 멘토링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성의 엔젤투자 및 벤처엑셀러레이터 업체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린스타트업머신이 진행한 린스타트업머신 린스타트업머신이 진행한 2016 린스타트업 캠프에서는 다국적 멘토들이 참여해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기존의 창업 캠프와 차별화된 부분은 멘토들이 각각 팀을 책임지고 멘토들간 경쟁을 붙여 실제 캠프에 참여한 팀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체 캠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조용호 비전아레나 대표는 “해외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써봤지만 학자들이 만들다보니 실제 현장에서 놓치는 게 많아서 비즈니스모델 젠을 착안하게 됐다”며 “사업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캔버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창업자 맞춤형 창업캠프로 업그레이드 절실
스타트업의 절설한 요구사항은 바로 '시드머니(종잣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위한 MVP라도 제작할 수 있는 종잣돈이 없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창업캠프는 이러한 스타트업의 요구에 맞춰 MVP 제작 비용과 더불어 더 나아가 초기 창업자금까지도 지원해준다.
예비 창업자나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지원금이다. 하지만 캠프 현장에서는 정부 지원하의 이같은 지원 정책이 창업자 맞춤형으로 진화했으면 하는 게 예비창업자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창업 캠프에서는 소액의 MVP 제작 비용을 일률적으로 선정팀들에게 지원해준다. MVP중에는 온라인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제작해야 하는 등 각양각색이지만 실제 MVP 제작 지원비용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MVP 특징과 상관없이 소액의 일률적인 비용지원은 사실 고객들에게 제시할 때 제대로 그 기능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또한 제작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아이디어는 구현이 어려워 캠프에서의 경쟁을 포기하기 일쑤다.
정부자금 지원이다보니 창업자들은 아이디어를 정제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는 해결책을 찾고, 기술을 개발할 여유도 없이 행정서류를 맞추는 데 급급하다는 불평도 나온다. 지원금만 챙겨서 실제 창업을 하지 않는 등 '먹튀'를 예방한다지만 국비 사업 서류준비 과정은 창업팀에게는 고객 반응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보다도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국비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이 실제 창업자금을 이용하는 데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이밖에도 정부 창업정책의 무게중심이 예비창업자와 1년 미만 창업자에서 3년 미만의 창업자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창업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미 소득이 나올 뿐더러 수출까지 가능한 업체가 지원 경쟁에서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예비창업자들이 이미 창업해서 소득을 올리고 있는 3년 미만 업체와 경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민간에서 창업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와는 달리, 국내의 창업환경에서 정부 자금 지원은 스타트업에게는 절실하게 요구되는 종잣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일률적인 평가와 지원이 아닌, 창업을 하려는 산업의 분야와 창업자들의 수준에 맞춰 지원금액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행정적인 검증에 치중한 지원보다는 사업화의 결실에 초점을 맞춘 검증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게 예비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 현지의 글로벌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액트너랩 양홍춘 상무는 “민간에서 지원되는 자금은 회계정보가 정확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서류 작업이 많지는 않다”며 “다만, 정부의 자금은 세금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는 필요하지만 창업자들의 주업무가 뒤바뀔 정도의 부담을 주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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