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복지사업에 골몰한 지자체들 국세의 이양 촉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재정 문제가 핵심 사안이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및 교육) 예산을 둘러싼 책임주체 논란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감들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재원에서 예산을 편성해야한다고 맞선다. 그렇다면 왜 시·도교육청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할까. 이는 열악한 재정 탓이다.
이런 재정 상황은 지자체에서도 별반다르지 않다. 정부가 벌이는 각종 복지사업은 지방의 곳간을 옥죄고 있다. 지방세와 세외 수입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키 어렵다는 게 지자체들의 주장이다. 달리 말하자면 자주재정의 확보가 된다면 정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고, 열악한 지방재정이 지방자치 실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의미다.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 상황은 재정자립도에서 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63.5%였다. 지금은 평균 54%다. 여전히 예산의 절반 가량을 국비에 의존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충청권만 놓고 보면 31개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미친다. 예산의 80~90% 가까이를 국비에 의존하는 기초단체의 수도 과반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광명갑)이 행정자치부에서 받은 ‘2016년 재정자립도 현황’자료에 따르면 충청권 31개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가운데 동구(14.1%)와 중구(18.2%)는 10%대를 보이면서 거의 국비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15개 시·군에서도 공주와 논산, 부여, 서천, 청양, 예산, 태안 등 7개 지역의 자립도는 20% 미만이다. 충북의 경우 충주(19.4%)를 비롯해 6개 기초단체가 20%에도 못 미쳤다. 전국적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국 지자체의 90%가 재정자립도 50%를 넘지 못한다.
열악한 재정자립도는 국세 위주의 세입구조 때문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다. 2할 자치라는 말이 여기서 기인한다. 반면 재정사용액은 지방정부의 규모가 4대 6으로 더 크다. 여기에 기초연금 등 지자체가 부담해야할 사회복지비 지출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평균 예산 증가율은 3.5%였던 반면, 사회복지 예산은 10.7%가 늘었다.
기초단체로 구성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방교부세 법정률 확대와 국세의 지방 이양을 통해 지방세를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지방세 체계가 재산과세 중심이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세의 지방 이양을 통한 지방세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안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 해결이 시급하다”면서 “도시개발·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등에 의해 지방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는데 노인 인구가 많은 우리 구로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을 조정하려면 국세의 지방 이양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조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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